[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93〉솔루션 프로덕트

솔루션(solution). 해법 혹은 해결책이란 의미다. 우리는 '해결하다'란 동사 솔브(solve)에서 왔다고 배웠다. 실상은 '느슨하게 하다'나 '풀다'를 뜻하는 라틴어 동사 솔베레(solvere)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에 대한 답이나 설명을 뜻하는 더 넓은 개념을 갖게 된 모양이다. 아마 이런 형식의 확장은 원래 의미가 다른 사안에 빗대어 쓰이면서 비롯되었을 법하다. 마치 무엇을 더 작은 요소로 분해하면 종국엔 몇 개의 근본 구성요소로 수렴될 지 모르는 셈이니 말이다.

혁신의 결과는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어야 할까. 손에 잡히고 쓸모있는 제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이것의 근본이 된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애당초 이것을 시발시킨 근원점 같은 것 말이다.

애플 아이패드를 모를 이는 없다. 소니의 워크맨에 비견될 혁신품이다. 수많은 쟁쟁한 기업이 이것에 도전했지만 어느 기업도 성공하지 못했다. 신제품이란 곧 모방되고 심지어 그 자리마저 뺏기기 마련이라는 상식을 거스른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왜일까. 이걸 답하며 누군가는 뜬금없이 아마존의 파이어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선뜻 이해가지는 않는다. 찬연한 디자인과 그에 걸맞는 성능의 아이패드에 비하자면 파이어는 궁색해 보일 지경이다. 메모리는 초라하고, 프로세서는 저렴한 것에, 카메라조차 없으니 위대한 제품은 커녕 그저 그렇다는 정도가 예의바른 표현일지 싶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의 작품이라면 의미를 따져보기는 해야겠다. 원래 이건 킨들 파이어(Kindle Fire)로 출시됐다. 2011년 가격은 199달러 정도였으니 저렴, 아니 꽤나 저렴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자재명세서를 보면 생산원가가 이것보다 높아 보인다. 그러니 이건 밑지고 파는 걸로 알려졌다.

그러니 뭔가 숨겨둔 사업전략이 있음에 분명해 보인다. 실상 이 태블릿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셈이다. 아마존의 셈법은 이걸로 아마존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데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걸 일반 태블릿처럼 사용하려 시도했던 듯하다. 하지만 옹색한 성능은 이걸 힘들게 했으니 이건 애당초 저렴한 태블릿이 아니라 아마존 사이트 전용 장치인 셈이었다.

실상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 거의 모든 기업의 시도는 그 목표가 또 하나의 아이패드였다. 실상 아이패드는 잘 굳혀져 가고 있는 듯 보였던 전자책 시장에 이 기능 뿐 아닌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이패드는 비즈니스 모델도 한번 뒤집었다. 기기를 파는 순간 이익의 대부분을 얻고 그 후 사용자가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얻는 이익은 파트너들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아마존의 방식은 좀 다르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 될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렇다고 킨들처럼 전자책이 될 생각도 없었다. 수익은 파이어를 파는 순간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 그러니 고객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메워지는 셈이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라는 두 천재가 제품 생태계라는 말을 떠올렸을 거란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애플과 아마존 만큼 이걸 잘 시연해 보여준 기업도 없다. 하지만 아이패드와 파이어란 두 제품은 혁신이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마무리되는 지 언뜻 보여준다. 바로 뭔가의 솔루션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 여정이 위대한 제품으로 귀결된다는 것 말이다.

어쩌면 파이어는 최고의 제품 대신 목적을 둔 솔루션이란 혁신의 원래 목적에 충실한 다른 대안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구글 넥서스의 출시로 파이어가 받는 각광은 색이 바래갔지만 아마존은 킨들과 더불어 혁신제품사에 분명 기억될 한 가지를 남긴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