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희, '철부지 소녀→매운 맛 숙녀, 완벽 연기J 새 정석'(인터뷰)[종합]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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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들이 하나하나 이뤄졌다. '빵꾸똥꾸'의 수식어가 아예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 또한 지희이고 지금도 지희다” 배우 진지희가 새로운 연기 시작점을 마주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열연한 배우 진지희와 만났다.



진지희는 2003년 KBS1 '노란손수건'으로 아역데뷔한 연기경력 20년의 배우다. 그는 소위 '빵꾸똥꾸' 신드롬을 일으킨 2009~2020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속 정해리 역과 2020~2021년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 속 유제니 역을 중심으로 조숙한 모습부터 철없는 모습까지 스펙트럼 넓은 감정연기를 펼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사진=MB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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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혼의 정석'는 아역출신 20년차 배우로서 진지희의 연기력을 한층 더 성숙한 톤으로 비추는 첫 성인작품이다. 극 중 욕망과 야망의 빌런 '한유라'로 분한 진지희는 한이주(정유민 분)와 서도국(성훈 분)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 복수극 흐름에서 점차 극단적으로 몰려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빌런여주로서의 매력감을 강조하는 듯한 다채로운 비주얼 스타일링은 물론 치욕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채 느끼는 분노와 광기의 표현은 기존까지 이어온 러블리 면모와는 완전히 다른 배우매력을 각인시키며 호평받았다.

진지희는 인터뷰동안 특유의 생기어린 모습과 함께, 자신의 연기이력 속 새로운 시작점이 된 이번 작품의 의의를 되짚었다.

-성인 첫 캐릭터,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원작 속 다양한 인물서사를 보고 좋아했었는데, 마침 그때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설렘 속에서, 감독님이 아역출신으로서의 한계 대신 제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주신 덕에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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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인캐릭터 한유라,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했나?

▲자기를 사랑하는 친구가 점점 자신의 것을 빼앗겼을 때, 정말 사랑하는 엄마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충격까지 독해지는 면모가 반영됐으면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여러 캐릭터 중 독한 모습과 함께, 원작 웹소설과 웹툰 톤을 참고하고 갤러리스트로서의 실제 모습을 공부해가며 캐릭터를 가다듬었다.

물론 똑같이 나올 수는 없는 부분이기에 드라마만의 색감과 제 스타일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주고자 감독, 작가님과 많이 소통하며 노력했다.

-드라마에서의 첫 경험들이 많았을텐데, 어땠나?

▲못해본 일탈들을 해본 계기인 것 같다(웃음). 물론 임신 등의 설정은 물어보기도 좀 어렵기도 하고, 상상하기도 어렵다보니 웹툰에 많이 의지했다.

지켜보신 부모님은 평소처럼 무덤덤한 듯 하시면서도, 키스신을 두고 '또 그런 신은 없지?'하면서 넌지시 물으시더라(웃음)

또 옷이나 메이크업, 액세서리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평소와는 다른 화려하면서도 과감한 노출 스타일링으로 재미를 느꼈다.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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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반응 가운데 인상깊었던 것?

▲연기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원작팬들께서 유라와 잘 어울린다고 말씀주신 부분이 정말 기뻤다.

또 '유라는 미운데, 언니는 좋은데'라는 댓글들과 함께 해외팬분들의 짤 반응들이 다수 있어서 즐거웠다.

-동료배우들과의 케미가 특별했을 듯 한데, 현장은 어땠나?

▲언니 오빠들 모두 성격도 좋으시고, 장난기가 많다. 오빠들의 키가 너무 크다보니 좀 힘든 게 있었지만(웃음)

재호오빠(이명훈 분)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고, 정욱오빠(강신효 분)는 친남매 느낌으로 친해져서 함께 놀러가기도 한다.

이민영 선배나 (정)유민 언니는 털털하고 천사같은 일상모습과 함께, 촬영만 들어가면 진지해지시는 모습으로 정말 배울 점도 많았고 실제 언니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전노민 선배(한진웅 역)은 현장에서 발성이나 발음 등의 조언과 피드백을 해주시면서, 많은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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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서도국 역) 짝사랑녀 역할, 오승윤과의 키스신 등 첫 성인연기로서의 주목점이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우선 짝사랑녀 역할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인정한 상태에서 접근했다. 성훈 오빠가 동안이기도 하고 마음열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줬기에 둘 케미도 잘 나왔다.

키스신은 연극에서 많이 접해봤던 부분이었는데, 멜랑꼴리함 보다는 '레드빛 로맨스'라는 디렉션과 함께 프로답게 접근해서 마무리했다.

-아역 빌런과 성인 빌런의 차이?

▲학교 안에서 펼쳐지는 '펜트하우스' 시리즈, 성인으로서의 로맨스와 결혼 이야기가 비쳐진 '완벽한 결혼의 정석'.

상황적인 차이가 있을 뿐,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즌2 당시 신은경 선배의 리드와 함께 왕따로 변해가는 제니를 연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이번 작품 역시 상황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굳이 꼽자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나 디테일함이 좀 더 넓어진 게 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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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빵꾸똥꾸' 이미지가 강한데, 그를 극복하는 지점은?

▲솔직히 언제까지 그렇게 불릴까도 싶었는데, 최근 기사에서 달라지는 제목들을 보고 시간 흐름으로 바뀔 수 있음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학교생활 속에서 치매노인 역부터 젠더프리로 어떠한 그룹을 이끄는 리더역, 날카로운 형사역까지 다양한 연기를 경험하면서 주변부터 선입견을 깨왔다.

아예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 순간 또한 지희이고 지금도 지희다.

-당시의 연기를 보면 어떤 느낌인지?

▲뭣도 모를 아이때이기에 놀랍기도 하고, 과감한 그 모습에 지금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게 된다.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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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산다'와 함께 독립생활 중인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어떤지?

▲반년 째 독립생활 중이다. 집을 자주 꾸미고 집안일을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가더라. 청소하고 아침먹는 소소한 시간들이 좋더라.

그러면서 영어공부와 함께 무릎을 다쳐서 그만두게 된 주짓수 대신 크라브 마가와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독립한 지 반년 쯤 되니까 부모님께서 저를 독립적으로 봐주시는 동시에, 더 애틋하게 생각해주시더라.

-데뷔 20년을 맞이했다. 연기의 매력은?

▲여러 직업군과 연령대를 경험해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캐릭터를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연기말고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싶을 정도로 흥미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사진=씨제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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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소감, 21주년 계획?

▲부모님의 긍정적인 기운과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의 응원 덕에 열심히 해낼 수 있었다.

연기시작 20년이자, 스물 다섯을 맞이한 올해 세웠던 목표들이 하나하나 이뤄졌다. 연극도 독립도 성인으로서의 첫 드라마도 잘 마무리했다.

내년 계획은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작품을 더 많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욕심나는 장르는?

▲마이네임 같은 파워풀한 액션부터 리틀 포레스트 같은 힐링 공감연기를 해보고 싶다.

극과 극 격의 사극도 해보고 싶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