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10년 이내 매출 5조원대 시장에서 20조원대 규모로 확대하고 100만대 로봇 보급, 1000억원 이상 매출 기업 30개사를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지속 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산학연관 협업을 통한 K로봇 생태계 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로봇 분야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첨예해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특정 기업·국가를 중심으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마다 로봇 산업 환경 및 현황이 다르기 때문에 K로봇 생태계를 위해서는 진화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위스의 로봇 산업 생태계도 주목해볼 만하다. 스위스는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유통업체, 로봇 시스템 통합업체, 로봇서비스 제공업체, 로봇 주변기기 업체 등 로봇 관련 수직적 생태계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수평적 생태계 프로그램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구축한 수평적·수직적 생태계를 통해 시장 견인력을 확보하고 기업 공동의 품질 향상, 기술 협력, 시장 및 고객 요구에 맞는 유연성 확보, 이종 분야 신산업 시장 공동대응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로봇 분야 대표적인 사례인 덴마크 로봇협회 '오덴세 로보틱스'와 일본의 비영리단체 '엣지크로스 컨소시엄'도 주목하고 있다. 오덴세 로보틱스는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돼 로봇 생태계로의 변모를 추진하는 오덴세시를 근거지로 다양한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엣지 크로스 컨소시엄은 로봇을 포함한 제조 분야에서 진화된 협업을 위해 도쿄에 만들어졌다. 엣지 크로스 컨소시엄은 기업간 협업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와 일본 사례는 제조산업 위기를 극복하고자 협업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는 점, 생태계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은 협업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진정성 있는 협력 의지를 가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자단체는 기업이 성장하며 겪게되는 유동성의 위기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과 초기 목표 시장에는 진입했지만, 주류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캐즘(Chasm)에 빠진 우수한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생태계적 지원을 하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대한한국의 로봇 생태계도 주요국을 제외하고 선진적인 생태계라는 분석도 있지만 로봇산업이 조선, 반도체, 정보 통신을 뛰어넘는 주력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선도 로봇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특정 시장을 추종하는 전략은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오거나 이미 추월당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존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간 글로벌 경쟁에서 생태계간 경쟁으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제조 분야에서의 로봇밀도 1위 국가로 로봇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이며 타국가 대비 제조 경쟁력 및 서비스 응용력도 높은 편이다. 대한민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아직 선진국이 발굴하지 못한 시장 수요 및 현장의 문제 해결을 공동 대응하기 위한 생태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로봇기업간 자유로운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상호 호환성 아래 레고 블럭처럼 다양한 로봇 서비스, 로봇 시스템 모듈이 시장 수요를 근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구축돼야 한다. 이와 함께 협회 같은 사업자 단체도 협업의 장 마련과 더불어 해외 사례처럼 협업시 기업의 장애물 극복을 위해 결과보다 과정에 힘써야 할 때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yhcho@korearobo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