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디지털 레볼루션] 차세대 건강 관리…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삶의 질이 중요시 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 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가 하면 헬스장을 찾거나 홈 트레이닝, 각종 레포츠 활동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얻어지는 다양한 데이터, 예를 들면 혈압, 걸음 수, 칼로리, 수면의 질 등을 관리하기 편하게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디지털 시계를 활용해 수시로 자극을 받으며 관리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건강 데이터가 발생한다. 헬스케어 데이터 외에도 각종 검진과 의료 처방으로 엄청난 데이터가 저장되고 있어서 잘만 사용하면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함께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상당할 것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헬스케어와 비대면 진료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활용 되었던 비대면 진료 마저도 사그라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원격진료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3년 당시 보건복지가족부는 '유 헬스(u-Health)'의 안정성, 수용 여건과 제도 도입 방향 등을 검증하기 위해 8개 시범사업에서 9개 진료과 87개 질환에 대해 1637명 환자를 대상으로 3만7271건의 다양한 유 헬스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비대면 진료보다는 비대면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로서 예를 들면 엑스레이(X-RAY)를 한 번만 촬영하면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과제도 포함돼 있었다. 그 이후 각 지자체가 유 헬스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확산시켜 나갔다.

하지만 의료기관 간 진료·검사 데이터 재활용, 비대면 의료 활성화, 디지털 헬스기기 활용 등은 기술적인 문제나 의료의 질 저하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이 우려되고 이에 더해 이해관계자간 이해상충으로 인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도 국민 경상의료비는 무려 18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9.7%가 의료비로 사용되었다. 국민건강보험 75%, 개인 지출 21%, 기타 4%로 결국 전 국민이 의료비를 직접 납부한 것이니 의료 데이터의 사용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다. 더욱이 노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장기 요양환자가 늘어나고, 의료 취약지역은 물론 근무시간에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맞벌이 가정 등을 고려하고, 주치의, 왕진 등의 프리미엄 진료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원격진료는 분명히 활성화 되어야 한다. 비대면 원격진료가 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자가진단 디바이스 등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은 병원의 건강검진·진료·처방 데이터, 자가진단 디바이스로 수시 체크하는 혈압·당뇨 등 생체 데이터, 수면·운동·걸음수·칼로리, 체지방 등 생활습관 데이터와 종합건강검진 데이터는 물론 영상 데이터까지 통합한 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하면서 실시간으로 현재 건강상태를 가이드 하고 미래 질환을 예측하는 맞춤형 의료지원 플랫폼이다. 특히 매년 받는 건강검진은 의료 데이터로 활용하기에 최적이지만 각 기관에서 사후관리 부재로 인해 활용이 안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도 마이 데이터 범주에서 얼마든지 활용해야 한다.

세계 최고 병원 1위로 평가된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은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으로 병원의 전통적인 사업방식 외에 헬스케어 기술 회사와 협력해 병원 보유 데이터와 원격 환자모니터링 장치 데이터를 AI 알고리즘과 연결한 원격 진단·관리 플랫폼을 운영한다.

대면과 비대면 진료가 협진해 모두에게 편리함과 안전함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진료 체계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디지털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이미 사업 준비를 마치고 법·제도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경배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