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고준위 특별법의 운명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특별법 제정 촉구문 낭독과 구호를 제창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특별법 제정 촉구문 낭독과 구호를 제창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36.6%. 4일 기준 21대 국회 성적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정부발의 포함 법률안 2만5759건 의안이 접수됐고 이 중 9452건만이 처리됐다. 역대 최저 성적표라 불리는 20대 국회의 36.4%보다 불과 0.2%p 나은데 그쳤다. 20대 국회에서는 2만4141건 발의, 8799건이 처리됐다.

임시국회가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상 이번 국회의 마지막 회기를 마치는 것이다. 오는 4월 10일 예정된 총선을 치르고 5월 말까지 임기지만 총선 여파에 처리는 미지수다. 이에 처리되지 못한 1만6000여건의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문제는 시급한 민생법안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은 국회 본회의는 차치하고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부와 원전산업계, 여당은 고준위특별법이 상임위 전체회의만이라도 통과하길 바랬다. 5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상정이나 의결을 기대하는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있어서다. 그러나 고준위 특별법 3건은 상임위 법안소위에 1년 가까이 묵혀있다.

고준위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 지역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시급한 이유는 현재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당장 6년 후인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가 각각 2031년, 2032년에 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주요 쟁점 대부분이 합의됐고 부지내 저장시설 용량, 관리시설 목표시점 등 두 건의 쟁점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견에 대해서도 여당은 야당안에 대해 합의할 의사를 내비췄지만 '신규원전'으로 사안이 확장되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여야의 정치적 논리에 시일을 다투는 법안이 밀려서는 안된다. 다음 국회에서 통과를 기대하면 될 일 아니냐는 식의 반응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이번 국회의 마지막 5월 임기 동안이라도 제대로된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