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못에 나타난 '분홍 백조', 돌연변이일까?

빵에서 나온 곰팡이가 옮겨붙어 깃털이 분홍색으로 물든 백조. 사진=RSPCA
빵에서 나온 곰팡이가 옮겨붙어 깃털이 분홍색으로 물든 백조. 사진=RSPCA

잉글랜드의 한 호수에 깃털이 핑크빛인 백조가 나타나 동물 보호단체가 구조에 나섰다. 돌연변이가 아닌 관광객들이 뿌린 빵으로 깃털에 곰팡이가 옮아 이같은 색을 가지게 된 것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 동물 보호단체 RSPCA는 지난달 잉글랜드 그레이터 맨체스터주 볼턴에 있는 모제스 게이트 공원에 분홍색 백조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방문했다.

단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백조는 건강해 보이지 않는 부시시한 연분홍색 깃털을 가지고 있다.

RSPCA는 “홍학이 아닌 백조가 이처럼 분홍색을 띄는 이유는 '분홍 깃털 증후군'(pink feather syndrome) 때문”이라며 “연못에 사람들이 던진 빵이 부패해 곰팡이가 생기고, 백조가 부리로 털을 고르는 과정에서 깃털로 옮겨 생기는 일종의 병”이라고 말했다.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주 볼턴의 모제스 게이트 공원에서 구조된 백조 두 마리. 치료를 받고 깃털이 흰색으로 돌아왔다. 사진=RSPCA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주 볼턴의 모제스 게이트 공원에서 구조된 백조 두 마리. 치료를 받고 깃털이 흰색으로 돌아왔다. 사진=RSPCA

곰팡이를 방치하면 깃털이 가진 방수 기능이 떨어지고, 새의 수영이나 비행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심한 경우 깃털이 부서지고 체온 조절이 되지 않아 죽을 수도 있다.

단체의 조치 덕에 백조들은 현재 흰색의 깃털을 되찾은 상태다. 이후 단체는 모니터링이 가능한 세일 워터 공원에 백조들을 방생했다.

'천사 날개' 기형을 가진 거위. 사진=The Lahontan Audubon Society
'천사 날개' 기형을 가진 거위. 사진=The Lahontan Audubon Society

RSPCA는 “연못에 사는 조류에게 가급적 먹이를 주지마라. 준다면 잘게 썬 채소나 가공되지 않은 곡물을 주어야 한다”며 “분홍 깃털 증후군 외에도 '천사 날개' 문제, 배설물로 인한 피해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사 날개(Angel wing)는 수생 조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날개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비틀려 날개깃이 바깥쪽으로 뻗는 날개 기형이다. 영양분이 부족하고 탄수화물이 많은 빵 같은 먹이가 날개 기형을 초래할 수 있다. 생명에 지장은 주지 않지만 비행 능력을 떨어뜨린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