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똥만 없었어도…” 英 템즈강 '똥물 사태'에 망신살

영국 템스강. 사진=엑스(@RiverThames) 갈무리
영국 템스강. 사진=엑스(@RiverThames) 갈무리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남자 조정 경기가 열린 가운데, 경기에서 패배한 옥스퍼드대가 “물에 똥만 없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템스강의 수질을 지적해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27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대학 조정 경기 주최측은 선수들에게 “템스강에서 높은 수준의 대장균이 확인됐으니 강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고, 상처를 가리고, 배에 탈 때는 신발을 신어라”라고 알렸다.

하천 오염 조사업체 '리버 액션'은 올해 초부터 3월 26일까지 해머스미스 다리 주변에서 수질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물 100ml당 평균 2869CFU(세균수 단위), 최고 9801CFU에 이르는 높은 수치의 대장균이 검출됐다. 영국 환경청 내륙 수질 허용치 기준(100ml 당 평균 1000CFU 이하)을 최대 10배나 뛰어넘은 수치다.

사람 및 동물의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 중 하나인 대장균은 분면에 의한 오염 환경에서 종종 발견된다. 감염될 경우 복부 통증, 설사, 구토,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요로 감염, 급성 방광염, 바이러스성 장염, 식중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 등 언론이 연일 템스강 오염에 대해 보도를 쏟아낸 가운데, 경기에 참여한 대학 측도 경기가 끝난 뒤 수질을 지적했다.

옥스퍼드대학교 남자팀에 소속된 레너드 젠킨스 선수는 BBC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토를 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며 “물에 똥만 좀 없었어도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케임브리지에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더라도 케임브리지를 이기지 못했을 수 있다. 변명이 아니라 (수질이) 확실히 우리 준비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고싶었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 대학 보트 클럽(OUBC)은 성명을 통해 “OUBC 남자 블루 보트 선수 3명이 대회 주간에 위장병을 앓았다. 원인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남자, 여자팀 모두 승리한 케임브리지 대학팀도 강물에 뛰어드는 세레모니를 생략했다. 조정 경기에서 우승하면 선수들이 콕스(키잡이)를 강물에 던지고 자축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이날 선수들은 콕스를 배 안으로 내려놓았다.

1989년 영국 수도회사의 민영화가 이번 템스강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도회사들이 주요 하수처리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강으로 직접 방류해 지금의 '똥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리버액션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그레이트 런던 지역의 템스강에는 미처리 하수가 1914시간동안 방류됐다. 85일 중 79일, 즉 거의 매일 방류됐다는 것이다.

업체는 “하수 유출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내보내고 있다”며 “이번 수질 결과는 규제받지 않는 수도회사를 수십년 간 방치하면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