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빛-물질 혼종입자 폴라리톤 상온 전기 제어 성공

포스텍(POSTECH) 박경덕 물리학과 교수·통합과정 이형우 씨 연구팀이 새로운 초분해능 분광기술을 개발, 빛-물질 혼종 입자인 폴라리톤을 상온에서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차세대 광센서, 광통신, 양자 광소자 등 여러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박경덕 교수(뒷줄 왼쪽 두번째)·제1저자 이형우 씨(앞줄 오른쪽)와 연구에 참여한 포스텍 연구팀.
박경덕 교수(뒷줄 왼쪽 두번째)·제1저자 이형우 씨(앞줄 오른쪽)와 연구에 참여한 포스텍 연구팀.

폴라리톤은 빛 입자인 광자의 특성과 고체 물질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반 빛-반 물질'의 혼종 입자이다. 이 입자는 기존 광자 혹은 고체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특수한 성질을 가지므로, 광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능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상온에 존재하는 폴라리톤을 단일 입자 수준에서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용화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

연구팀은 '전기장 탐침증강 강한결합 분광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초고분해능 전기제어 광측정 기술을 개발해 상온에 존재하는 단일 폴라리톤 입자의 성능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박경덕 교수팀이 기존에 발명한 초고분해능 현미경 기술에 초정밀 전기제어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측정 기법이다. 이 새로운 장비를 통해 강합결합이라 불리는 특수한 물리적 상태를 가지는 폴라리톤을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폴라리톤 입자가 발생시키는 빛의 색깔과 밝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전기장 탐침증강 강한결합 분광법을 이용한 폴라리톤 입자 제어 이미지.
전기장 탐침증강 강한결합 분광법을 이용한 폴라리톤 입자 제어 이미지.

만약 QLED TV 핵심 소재인 양자점 대신 폴라리톤 입자를 사용한다면, 빨강-초록-파랑의 빛을 각각 발생시키는 세 종류의 양자점을 사용할 필요 없이 하나의 폴라리톤 입자로 모든 색깔의 빛을 훨씬 더 높은 밝기로 낼 수 있으며, 이 특성을 기존 전자제품처럼 전기적으로 간단하게 제어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는 폴라리톤 입자 발견 이후 아직까지 미궁으로 남아있던 강한결합 영역에서의 양자 구속 스타크 효과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폴라리톤 기반 다양한 광전자 소자와 광학 부품을 개발하는 차세대 연구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매우 밝은 초소형 야외 디스플레이 등 광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천 기술이므로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구에 사용된 양자점 제작에는 성균관대 정소희 교수팀과 임재훈 교수팀, 이론 모델 정립은 미해군 연구소의 알렉산더 이프로스 교수, 데이터 분석에는 콜로라도 대학교 마커스 라쉬케 교수팀과 메릴랜드 대학교 메튜 팰튼 교수팀이 참여했다. 포스텍 물리학과의 구연정, 배진혁, 강민구, 문태영, 주희태 씨가 측정 연구를 함께 수행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