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배터리서 나오는 검은 황금...DS단석 70조 시장 '출사표'

DS단석 군산1공장 전경. 사진:DS단석
DS단석 군산1공장 전경. 사진:DS단석

지난 9일 찾은 전라북도 군산시 소재 DS단석 군산1공장 리튬이온배터리(LIB) 리사이클링 공장 준공식에는 이른 시간부터 일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LIB 리사이클링 공장은 2000㎡(604평) 면적에 공장동, 사무동, 실험동 등으로 구성됐다. 총 투자비는 80억원으로 지난해 5월 착공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폐 LIB 재활용에 필요한 다양한 공정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공정은 아직 시험 가동 중이었다. 한 달간의 시험 운전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하면 본격적으로 상업 생산이 시작된다.

폐 LIB는 가장 먼저 방전 공정을 거친다. 재활용 과정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남은 전기를 모두 버리는 작업이다.

김동관 DS단석 차장은 “방전 과정에서 가끔 폭발하기도 한다”면서 “이 과정을 거쳐야 안전하게 LIB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전된 폐 LIB는 파쇄, 소성 과정을 거치면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함유된 혼합물 블랙매스로 재탄생한다. 이른바 '검은황금'이다. 블랙매스는 다시 6번의 분리 작업을 거쳐 가치가 높은 고순도 제품으로 변신한다. 사이클론(분리막), 자력선별, 분쇄, 비중선별 등의 작업을 지나면 블랙매스 내 철, 구리, 알루미늄의 함량은 2%까지 떨어진다.

DS단석은 LIB 리사이클링 사업 범위를 일단 블랙매스 추출로 한정했다. 시황을 보며 니켈, 코발트, 망간 추출을 위한 습식제련 공정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DS단석 직원이 폐LIB에서 추출한 블랙매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DS단석
DS단석 직원이 폐LIB에서 추출한 블랙매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DS단석

김 차장은 “폐 LIB배터리 확보, 블랙매스 수요 등을 고려한 조치”라면서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심스럽게 첫발을 뗐지만 LIB 리사이클링 사업은 곧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다.

DS단석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LIB 리사이클링 글로벌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리튬니켈코발트망간산화물(LNCM) 양극재 합성기술 개발·공정을 구축하고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양극재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DS단석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한층 고도화된다. DS단석은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규제를 기회로 보고 LIB 리사이클링 사업 투자를 확대할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항공유 처럼 LIB 또한 재활용 소재 의무 사용 규제로 관련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다.

블랙매스 시장은 2022년 529억870만달러(13조원) 규모에서 2031년 529억870만달러(70조원)까지 성장이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EV)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6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100배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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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오는 2031년부터 배터리를 생산할 때 재활용 원재료를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EU 배터리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럽으로 수출하는 이차전지는 니켈 6%, 코발트 16%, 납 85%, 리튬 6%를 반드시 재활용 원료로 공급해야 한다.

규제가 본격화하면 재활용 블랙매스 시장 규모, 가치가 모두 동반 상승할 공산이 크다.

김종완 DS단석 대표는 “미국까지 이런 추세에 동참하면 이차전지 제조사의 재활용 소재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면서 “버진 소재 대비 재활용 소재의 단가가 더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승욱 DS단석 회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은 대세”라면서 “배터리 순환 구조를 완성해 나가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떼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