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지속가능한 소프트웨어 실무교육

김종익 충남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장
김종익 충남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장

영국 출신 수학자 앨런 튜링은 범용 계산을 수행하는 가상 기계인 튜링머신을 고안하고, 기계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와 풀 수 없는 문제를 정의했다. 튜링머신 등장은 컴퓨터 과학이라는 새 학문을 탄생시켰고, 튜링머신과 동일한 계산 능력을 가진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됐다. 이후 컴퓨터 과학자들은 중요하고 실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고, 이는 다양한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됐다.

기계를 통한 계산의 한계를 연구하고 다양한 문제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보편적인 법칙을 찾는 컴퓨터 과학 분야는 뚜렷한 과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SW를 개발하는 것은 공학적 측면이 더욱 중요한 분야다. SW 교육은 과학적 탐구와 공학적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산업체 인사들은 기본에 충실한 SW 교육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SW를 전공한 학생들을 취업 후 재교육시키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이 우수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은 과학적인 원리와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SW 기술에 중점을 두면서도, 실용적 측면의 SW 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병행한다.

공학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의 SW 교육을 위해서는 산업체 기술 수요를 반영한 프로젝트 기반 교육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SW 기술 수요를 이해하고 관련 SW 도구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체 개발자들의 멘토링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이 학생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체 개발자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SW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대학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에 관심이 높은 개발자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만, 일부 개발자에만 의존하는 교육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SW산업 특성상 잦은 이직과 업무 변화로 인해 대학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충남대 SW중심대학사업단은 산업체 주도의 기초, 심화 및 캡스톤 프로젝트 교과목을 운영한다.

올해는 SW중심대학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은 많은 전공학생들이 배출돼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대 SW중심대학사업단은 졸업생 개발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만들고, 2022년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실무교육 멘토링을 수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얻은 결론은 산업체 주도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프로젝트 실무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재학생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재학생들은 선배들과 유대감으로 인해 다른 수업보다 적극적 소통을 하며, 특정 SW 기술뿐 아니라 졸업생을 통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비전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교육받은 재학생은 졸업 후 자연스럽게 졸업생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자신의 후배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멘토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SW중심대학사업은 대학 SW교육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충남대 SW중심대학사업단의 실무교육 사례가 지속가능한 교육모델의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익 충남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단장·인공지능학과 교수 jongik@cnu.ac.kr

〈이 기고문은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SW중심대학사업'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