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다.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반도체 사업이 호조를 띤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2년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도 글로벌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한 시기였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급감에 삼성은 작년 초 감산을 해야만 했고, 작년 한 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다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난 건 올해 들어서다. 5개 분기만인 올해 1분기 반도체는 흑자(1.9조원)로 전환했고, 2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 업턴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부활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가경제와 직결돼서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334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에 이어 역대 상반기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반도체의 힘이 컸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전방 산업 수요 확대로 전년 대비 52.2% 증가한 65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수출 호조를 발판 삼아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70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건 반도체 시장이 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일정 주기를 갖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메모리의 경우 통상 4~5년이 주기였다. 그러나 재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침체가 1년여 만에 다시 반등한 것처럼 반도체 사이클은 전과 달리 짧고 변화가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올해 삼성 실적 반등을 이끈 건 인공지능(AI)과 메모리 감산 때문이다. AI와 관련된 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에 대한 수요는 강하지만 범용 D램 등 전체 반도체가 완전히 살아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가동률은 아직 80~9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에 여전히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냉철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반도체는 시황 영향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슈까지 더해져 더욱 대응하기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다. 차별화된 기술 확보는 기본이며, 긴밀한 대응력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