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무역의 위축,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 위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난 등으로 2024년 현재 전 세계 레스토랑은 원가상승과 인력수급 등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NRA(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레스토랑 중 60% 이상이 인력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0년 이상 큰 변화를 겪지 않았던 '주방'과 레스토랑 전반의 운영 형태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부족한 노동력을 로봇과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특히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서빙로봇 또는 배달로봇 등 주방 밖의 주문 처리 프로세스는 국내 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주방 안의 조리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협동로봇을 활용한 튀김 자동화로봇을 중심으로 회전형, 복합설비형 등 다양한 형태의 조리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주방자동화 설비들은 단순 반복적인 동작을 자동화해 주방 내 근무자가 편리하게 일을 할 수 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 등장하고 있는 조리로봇은 주방 내 근무자와 로봇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음식을 조리하고 레시피 스스로 구현한다는데 그 차이가 있다. 오롯이 사람에게만 있던 주문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부담을 처음으로 로봇과 함께 나눠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몰려드는 주문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파트너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로봇인 주방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다. 특히 기존의 위생, 안전시스템은 물론 모든 설비들이 주방에서 사람이 근무할 때를 상정하고 만들어져 있다. 이에 외식업계는 물론 정부와 관련기관, 나아가 외식을 즐기는 사람 모두가 조리로봇과 함께하는 변화한 상업주방 형태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앞으로의 전략과 정책을 세워 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외식업계에서는 사람과 로봇이 협업해 레시피를 구현했을 때의 장점을 인식하고 메뉴와 주방 구성에 근본적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로봇은 코딩된 레시피를 실수하지 않고 구현하지만, 주방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는 오직 사람만이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사람과 로봇의 협업은 더욱 중요하다.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는 조리로봇 산업 확대에 따른 산업적 지원은 물론, 주방 내 조리로봇에 대한 새로운 위생 안전 기준에 대한 규제 마련도 필요하다. 조리로봇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도입 보조금을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위생 안전 기준으로 조리로봇이 기존에 없던 형태의 위생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발빠르게 움직여 '소상공인 스마트상점'지원사업을 통해 조리로봇 도입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미국 NSF와 협업해 '조리로봇 인증 기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도 하다.
향후 조리로봇 도입 확대로 인한 상업주방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물결이다. 조리로봇 도입과 주방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인식하고, 기업과 정부 모두 나서서 우리나라에서 세계 푸드테크와 조리로봇 시장을 이끄는 선도국이 되었으면 한다.
박성철 크레오코리아 이사(COO) sc.park@cre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