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14일 르완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기구 국제표준분류체계(WHO FIC) 정례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국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반대 근거를 국제 사회에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WHO 내부 인사 변동 상황을 감안해 내달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 방문으로 일정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이슈는 2019년 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서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영역 하위 항목으로 분류하며 촉발됐다. 국내에서도 내년 하반기 예정된 통계청 한국표준질병분류(KCD) 10차 개정에 등재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게임업계와 게이머는 게임에 대한 섣부른 질병화가 산업계는 물론 국민적 여가로 자리잡은 게임 문화 자체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해외에서도 WHO가 5년 전 분류 이후 구체적 근거나 진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이뤄진 장기간 추적 연구 또한 게임 과몰입과 뇌 구조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67.8%를 차지하는 유망 산업이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시 약 8조8000억원 규모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지난 8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세워 WHO에 적극적 의견 개진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달 사이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본지 8월 8일자 1면 참고〉
문체부는 WHO FIC 회의 대신 11월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를 직접 방문해 후속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WHO 게임 이용장애 담당자와의 직접 소통을 추진하고 국내 연구 결과와 과학적 자료를 통해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 이용장애 관련 사안을 논의할 WHO 담당 국장이 현재 공석인 상태”라며 “FIC 회의 역시 관련 실무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내달 제네바 WHO 본부를 직접 방문해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WHO 본부에 파견돼 있는 보건복지부 측 담당자와의 업무 협조다. 복지부가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추진하며 문체부와 입장이 갈린 만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사안을 조율 중인 국무조정실 개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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