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6시간 만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금리 전망과 경제성장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5일 오전 상황점검 TF를 마친 뒤 기자실을 방문해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오전 10시와 오후 4시, 매일 두 차례씩 TF를 개최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총재는 가장 먼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촉발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태 이후 가장 큰 관심은 이번 일로 인해 시장에 패닉이 일어나 변동성이 없도록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면서 “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그 동안 확 오른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지금부터는 계엄 사태 없던 상황까지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천천히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상계엄 사태 안팎으로 1440원 중반까지 상승했던 환율은 현재 1410원선에서 등락을 오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금리전망과 성장 경로에 대한 전망에 변화를 줄 정도의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로 인해 경로를 바꿀필요가 있냐는데 대해서는 지금은 그런 단계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오히려 지금 전망 경로 바꿀 수 있는건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정책과 수출 모멘텀 변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중장기 영향은 물론 단기적으로도 영향은 지금보다는 적었고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면서 “과거 두 번의 경험에 비춰보면 그것이 경제성장이나 중장기 경제 무브먼트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신인도가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총재는 “국내 충격도 컸지만 해외에서는 더욱 충격이 큰 것 같다”면서도 “6시간 만에 룰 베이스대로 헌법에 맞춰 처리됐다는 면에서 제도나 민주주의 성숙 정도를 확인한 기회이기 때문에 크레딧 레이팅이 크게 변할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