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탁기 고율 관세' 압박…삼성·LG, 현지생산 확대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20%를 매기는 방안을 공약을 내건 만큼 국내 가전업계는 제품 전반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8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삼성·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2018년 1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세이프가드는 지난해 2월 종료됐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높은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가전업계는 우선 현지 생산 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 세탁기 생산 구축을 추진하면서 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겼다.

세탁기 외에 다른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테네시 공장에서 기존 세탁기·건조기 외에 냉장고와 TV 등까지 생산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가전이 제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춘 만큼 관세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이프가드 적용 후 오히려 제품 경쟁력이 우수한 한국 세탁기가 미국 시장서 입지를 더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효용을 분석한 결과 세이프가드를 시행한 2018∼2022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생산량, 시장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가 모두 향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월풀과 GE 등 기존 미국 생산업체 지표는 악화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