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들이 탄핵 정국 경제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환수급과 증시안정을 최우선으로 가용한 자원을 모두 투입키로 했다. 다만, 정국 불안이 계속되며 내년 경제 하방압력이 커지는 등 부정적인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열었다. 거금회의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이후 7일을 제외하고 엿새 연속 열렸다.
이날 최 부총리는 “채권시장은 필요시 국고채 긴급 바이백, 한은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즉시 시행하고 외환·외화자금시장은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면서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도 조속히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해 12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은 9일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이탈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금융지주회장들은 외국인 투자가 빠지는 것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문제는 외국인”이라면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외국인 투자자본과 환율 등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면서 “금융자회사들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비상대응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환 리스크 등 더 걱정되는 부분이 없나 논의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최전방에 있다”면서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각 지주사 안정성은 물론 우리 금융시스템 회복력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 해외투자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투자은행(IB) 등을 대상으로 부총리 명의 서한을 발송하고 국제금융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 대외신인도에 영향이 없도록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총 1조85억원을 순매도했다.
정부가 '경제 안정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9일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탄핵)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6년 중국 경기 호황,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면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한국경제 수정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1.7%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월 제시한 2.2%보다 0.5%p 낮다.
한국은행이 내년 초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외국인의 이탈압력 강화나 내년 초 재정확대에 대한 불안요인을 프라이싱할 것”이라면서 “채권금리 역시 일정 부분 상승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