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 신규 코인이 상장 40여분 만에 4600배까지 치솟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인원이 무리한 상장 전략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코인 무브먼트(MOVE)는 전날 오후 8시 코인원에 상장된 후 41분 만에 215원에서 99만85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5분 뒤에 1만원대로 주저앉다가 이날 오후 10시 30분경에는 1500원대로 폭락했다. 99%가량이 빠진 셈이다. 같은 시각 해 외 거래소에서는 800원대에 거래됐다.
통상 신규 상장 '세레모니' 격인 상장 빔을 고려하더라도 몇천 배까지 급등했다가 폭락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수와 매도 간 급격한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유동성 부족이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토큰 출시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대부분 판매수요만 있었고, 해외거래소에 동시 상장되면서 에어드랍(무료 배포) 물량 외에 각 거래소에 한정된 물량으로 유동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타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연기되면서 수요 분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도 가격 급등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날 무브먼트 가격 급등세를 인지한 빗썸과 업비트는 전날 오후 9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해외 거래소와 가격 차이가 줄어들자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상장을 마쳤다.
일각에선 코인원이 유동성 부족이 예견된 상황에서 무리한 상장 전략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동시 상장 경우 평소 유동성이 높은 업비트와 빗썸에 몰리기 때문에 코인원이 시간을 앞당겨 상장하면서 수수료를 확보하려고 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발생하면서 코인원 신뢰도 하락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코인원 커뮤니티에는 무브먼트 코인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투자자는 매수평균가 21만원 대로 97% 손실이 났다고 주장했다.
무브먼트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및 해외 주요 거래소가 동시 상장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프로젝트다.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더리움의 고질적 한계로 꼽혔던 확장성(속도)을 개선하겠다며 주목받았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무브먼트는 업비트에서 1500원, 빗썸에서 1600원대 거래 중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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