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KDB생명보험의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건전성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만 '조단위'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위는 2025년 제1차 회의를 통해 KDB생명 대주주 변경과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기존 KDB생명 대주주는 산업은행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의 전신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다.
시장에서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진다. 앞서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연이어 실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차례, 2016년, 2017년, 2023년과 2024년에도 한차례씩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KDB생명의 악화된 건전성이 꼽힌다. 작년 3분기 기준 KDB생명 건전성비율(지급여력·K-ICS비율)은 66.3%로 최소 기준(100%)을 밑돌고 있다.
K-ICS비율은 보험사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한다. 보험업법상 최소치는 100%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K-ICS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보험금 지급이 쏠리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원매자에게 인수자금 외 KDB생명 건전성을 위해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자본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작년 3분기 KDB생명 가용자본은 9083억원, 요구자본은 1조3696억 수준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본 대비 요구되는 자본이 큰 상태다.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맞추기 위해선 단순 계산시 가용자본 1조1461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사는 자본을 확대하기 위해 일부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발행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KDB생명은 채권 발행보다 산업은행 유상증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KDB생명 가용자본 중 기본자본(Tier 1)은 -2323억원, 채권 등으로 구성된 보완자본(Tier2)은 1조1406억원이다. 사실상 빚인 채권이 자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기본자본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보이는 것보다 실제 자본의 질이 안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