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될 인공지능(AI) 기본법을 진흥 중심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이 나왔다. 국내 기업 중심으로 제기되는 외국계 기업과 역차별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21일 서울 크레셴도빌딩에서 열린 AI기본법 관련 세미나에서 “정부는 AI기본법을 진흥 70~80%, 규제 20~30% 비중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에 적용하지 않는 AI기본법 규제는 국내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기본법이 진흥보다는 규제로 작용할 것이고 국내 기업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설명이다. 또 중복규제나 정책 거버넌스 혼재로 제도 변화나 적용이 더딜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AI위원회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김 국장은 “시행령이 아닌 AI기본법상 국가AI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것은 일시적이거나 정권에 좌우되는 위원회가 아닌 항구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국가AI위원회가 AI 정책 조정 역할과 개별부처에서 정합되지 않는 역할을 분명히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학계에서는 AI기본법이 시행되기 전에 법률상 불분명한 내용은 하위법령에서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민철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AI기본법만으로는 규제 등 예측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며 “규제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하위법령을 명확히 하되 불필요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법 조문에 중대한 영향과 위험을 혼재해 사용하면서 해석의 여지가 생기는 부분이라든지 다른 진흥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충돌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AI기본법 시행령이나 고시도 법제처 하위법령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꼭 필요한 내용에 대해선 빠르게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는 “정부에서 진흥 위주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각 조문을 보면 운영하기에 따라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가 AI 시대에도 IT 강국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있는 만큼 투명성 규제 외에는 AI 기술 고도화와 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진 미국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업계는 고영향 AI 등 법률상 용어와 범위, AI 개발 사업자와 이용 사업자의 권리·책임소재 등 법률상 내용이 해석의 여지가 있어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은 하위법령 등에서 해소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정선 LG유플러스 전문위원은 “B2B 기업은 이용자에게 직접 영향이 없고 각종 데이터 제공에 따라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B2C 기업과 의무사항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며 “AI 서비스 품질 검증을 위한 데이터셋 기반 벤치마크 테스트를 공공에서 구축하고, 데이터 활용과 저작권 보호의 충돌을 줄이는 특례조항을 마련하는 등 유연한 진흥·규제체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AWS) 코리아 부사장은 “유럽연합(EU) AI 액트와 철학은 유사하나 세부내용은 달라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고, 용어 정의·규제 범위나 어떤 경우에 어떤 의무를 져야 하는지 복잡한 부분이 있다”며 “시행령에서 명쾌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제적 정합성과 글로벌 협력 차원 논의를 해야하고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외국계 의견도 청취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