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에듀테크 전시회 뱃쇼(BETT SHOW) 2025에 와 있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전시회를 처음 직관하고 있는데, 이번 뱃쇼에는 기술을 통한 교육 입국을 꿈꾸는 130여개국에서 6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3만여명 이상이 관람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17개 교육청에서 약 800여명을 비롯해 교사, 전현직 관료, 학자, 수십개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해 한국의 존재감을 묵직하게 알리고 있었다. 영국교육기자재협회(BESA)가 서울의 코엑스에 해당하는 런던 엑셀에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이제 40년의 역사를 가진 에듀테크의 CES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 삼성전자도 새로운 전자칠판을 들고 참여할 정도로 큰 행사인 뱃쇼가 보여주는 에듀테크 분야는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먼저 국내에 많은 논란을 몰고온 인공지능(AI) 교과서를 한 기업에서 소개하고 있어 방문해 보았다. 기존 전자책 교과서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했던 필자에게는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관리가 가능하고, 전체 학생의 개별 진도와 학업 성취도를 추적할 수 있는 점, 그리고 교사 개인이 작성한 추가 자료나 외부 자료도 바로 공유가 가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전면적인 AI 교과서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도 느껴졌다. 미래세대를 위한 AI 교과서의 성패는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AI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반영해 내면서도 '환각' 등 잠재적 문제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나라 교육부의 부스에서는 여러 국내 기업의 첨단 에듀테크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 도드라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개최국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정부 차원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국가별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국가도 에듀테크 투자를 통해 국가 위상을 단기간에 급상승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스가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국가별 미래 발전 전략과 에듀테크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전시장 절반은 소프트웨어(SW)와 솔루션 기업이, 다른 절반은 하드웨어 기업 부스가 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양쪽을 관통하는 공통의 언어는 바로 AI였다. 이 곳에 소개된 다양한 전자 칠판은 교육 콘텐츠 관리 프로그램까지 자체 내장하는 교육 허브로 진화하고 있었고, 화질 조절에서 콘텐츠 활용 단계까지 모두 AI가 관여하고 있었다.
국내 한 기업이 소개한 주사위를 닮은 블록은 자유 자재로 결합해 AI 로봇이나 움직이는 교보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동화책을 펼쳐 기기로 촬영하면 자동으로 원하는 40여개 언어로 번역하여 보여주고 성우의 목소리 또는 엄마나 학생 본인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제품을 소개한 우리 기업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거나 실시간 더빙이 가능한 기술도 AI였다.
뱃쇼가 다른 전시회와 차별화되는 점은 에듀테크 기업과 그것을 활용하는 수요자인 교사, 학생, 공무원 등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에 있었다. 특히 교사들이 자신의 에듀테크 활용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자유롭게 소통하는 '테이블 토크'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참석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에듀테크 제품들의 사용법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다양한 워크숍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서 열성적인 교사들은 개최기간 내내 열심히 메모해 가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