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미래산업 육성을 직접적으로 꺼냈다. 특히 '기본사회' 대신 '성장'을 강조했다. 이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도층을 겨냥하기 위해 안정감을 부각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탈이념·탈진영을 언급하며 AI(인공지능) 등 신기술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정부의 역할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육성에 방점을 찍을 수 있도록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한 '기본사회' 시리즈보다도 성장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등의 문제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또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며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국제경쟁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기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 집중적인 미래 투자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오, 신약,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진영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민주진영과 다른 진영의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진영의 일원으로 지원을 받고 성장했다. 그 일원으로서 책임·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없다. 한미동맹 강화·발전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따라잡힌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국민적 기대에 맞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비슷해진 정당 지지율은) 국민 뜻이라고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대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앞서서는 항의·저항하는 야당이자 약자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강자가 제거돼 일종의 갑의 위치 혹은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거나 민주당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 거기에 맞춰 우리의 역할을 재정립·재점검해야 한다”라며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게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