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가상자산 전담 상설기구 설립 필요하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가상자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도, 한국의 법·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2025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약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2020년 초 약 2500억달러) 대비 800% 이상 성장한 수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해 2024년 말 기준 일일 평균 거래량이 6조원을 초과했으며,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는 약 1500만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함에 따른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규제 완화로 인해 디지털 달러 경쟁이 심화되고, 리스크 자산 선호에 따라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당국 규제 불확실성과 제도 미비로 인해 한국의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은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기반 게임을 개발하는 위메이드와 네오위즈는 글로벌 규제 환경이 보다 명확한 국가(싱가포르, 두바이 등)로 법인을 이전했다. 한국도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춰 독립적인 가상자산청(가칭)을 설립해 체계적인 감독과 산업 육성을 추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상자산청은 규제 및 산업 육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립 기관으로 운영되며,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상자산 거래소 및 기업 등록·감독이다. 한국에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원화거래소 5곳, 코인마켓거래소 22곳이 있다. 이중 상당수는 3년마다 갱신되는 사업자 자격 갱신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업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료시에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사후 조치가 우려된다. 가상자산청은 거래소 등록 및 운영 기준을 강화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불공정 거래 감시다. 2022년 한 해 동안 금융위원회와 검찰이 적발한 가상자산 불법거래 규모는 5.7조 원에 달하며, 주요 사례로는 테라·루나 사태(약 50조원 손실)가 있다. 가상자산청은 시장 조작,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셋째, 가상자산 산업 육성 및 기술 지원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70억달러(약 35조원)이며,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가상자산청은 이를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규제 샌드박스 운영 등을 추진한다.

가상자산청 설립에는 몇 가지 도전과제가 따른다. 먼저 기존 금융 규제 기관과의 역할 조정이다.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관할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 이슈다. 예를 들어, 2023년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모호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시장 변동성과 정부 책임 문제다. 2021년 비트코인 가격이 6만90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022년에는 1만5000달러까지 폭락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전통 금융시장 대비 매우 크다. 정부가 규제 개입을 확대할 경우 시장 급락 시 책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또 해외 규제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규제를 시행해 가상자산 기업의 투명성 기준을 강화했다. 한국도 글로벌 규제 환경과의 정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산업계 반발과 혁신 저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도전과제다. 최근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CEO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62%가 “과도한 정부 규제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도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청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및 법률 정비, 거래소 및 기업 감독, 기술 육성 및 기업 지원, 글로벌 규제 협력을 위한 부서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가상자산청이 설립되면 다음과 같은 기대효과가 있다.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신뢰도 향상이다. 불공정 거래 단속과 거래소 감독 강화로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 환경이 조성된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한국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투자 규모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더불어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기존 금융권과 가상자산 금융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금융 혁신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 규제 정합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규제 기준을 준수하여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가상자산청 설립은 한국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단순한 금융 규제 기관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을 구축하고, 블록체인 기반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