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직업교육은 직업의 변화를 앞설 수 없을까?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직업의 미래를 살펴 보고자 한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노동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오늘날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마저 대체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물론, 작업자가 판단해야 하는 업무까지 AI가 수행하면서 기존 직업의 상당수가 AI 노동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로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의 50% 이상이 자동화될 수 있으며, 특히 제조업, 물류, 금융, 고객 서비스 등에서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챗봇이 고객 상담을 담당하고, AI가 금융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며, 자율주행 차량이 물류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이다. AI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직업,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 인간과 AI의 협업을 조율하는 직업 등이 미래 노동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감성적 공감이 필요한 상담사, 창의성을 요하는 예술가,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법률·철학 관련 직업들은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AI와 로봇이 일하는 시대에는 인간의 역할이 변화한다. 단순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감성, 윤리적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은 단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고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노동의 개념도 달라져 '일자리'가 아니라 '일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직업, 노동, 일자리의 개념과 가치가 바뀌는 만큼 전문대학의 역할과 교육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며, 과거에는 특정 기술을 습득하여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전문대학의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AI와 협업할 수 있는 역량, 지속적인 학습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에듀플러스]<칼럼>직업의 미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2/06/news-p.v1.20250206.0380250a46b444f9b73cc0d30031a3b0_P1.png)
기존의 전문대학 교육은 특정 기술이나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학과에서는 단순한 정비 기술을 넘어 AI가 탑재된 미래형 자동차의 진단과 정비 기술을 학습하고, 간호학과에서는 AI 기반의 원격 의료 시스템과 연계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AI와 협업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 학생이라면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자동화 공정을 이해하고 운영·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의 학위 중심 교육 방식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대학은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즉 2~3년의 정규 과정만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러닝(Microlearning) 방식이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AI 활용법, 코딩, 데이터 분석 등을 단기 과정으로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오프라인 혼합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유도하거나, 팀 기반 협업 과제를 확대해 실제 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의 전문대학에서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관심 분야에 맞춘 맞춤형 학습이 강조될 것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의 학습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여 학습자별로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AI 튜터가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개인 맞춤형 추천 강의를 제공하고, 학생이 원하는 직무 역량에 따라 맞춤형 실습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이 방식이 가상현실(VR)기술과 결합이 된다면 온라인교육만으로도 수준 높은 직업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고, 평생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필수 조건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다고 인간의 가치가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더욱 인간다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단순한 노동이 아닌 창의적 사고, 감성적 교류, 윤리적 판단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대비다.
앞으로 기존 학과는 단순한 기술 교육을 위한 새로운 교과목 도입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 팀워크,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전문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그에 발맞추어 전문대학은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직업교육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갈 것이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 ydkim@dit.ac.kr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협회장=부산경찰청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상임위원, 부울경·제주 전문대학총장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과학대 총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