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과 카드사에 적용되는 보험판매 규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완화되지만 캐피탈은 제외되는 모양새다. 여전히 판매조차 허용되지 않으면서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캐피탈사들은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판매 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선 캐피탈에 보험대리점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보험업법에선 여전사 중 카드사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과 카드사는 방카·카드슈랑스를 통해 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보험사 상품을 대신 판매해 주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판매비중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시장 활성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캐피탈업계는 금융당국에 지난 수년간 보험대리점 업무 허용을 건의하고 있다. 캐피탈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등 기계·설비금융엔 보험이 필수적으로 동반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예컨대 캐피탈에 보험판매가 허용되면 KB캐피탈을 통해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KB손해보험 자동차·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등 고객 편의를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탈사에게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검토를 진행했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캐피탈사가 대리점업을 취급할 경우 이를 은행과 카드사처럼 금융기관보험대리점으로 볼지, 마이데이터사업자의 보험 진출로 봐야 하는지 등 기초적인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은 방카슈랑스와 카드슈랑스처럼 보험사가 아닌 금융사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현재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선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가 제한돼 있어 캐피탈사가 기대했던 시너지 창출이 어렵다.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캐피탈업계가 금융권 규제 완화 기조서 소외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23년 플랫폼을 통한 보험·비교추천 서비스가 개시될 때에도 캐피탈사는 제외됐다.
작년엔 여신금융협회와 한국신용카드학회 주도로 개최된 포럼에서 업계 및 전문가 제언과 건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캐피탈슈랑스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혁신금융서비스나 법 개정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캐피탈에서 보험판매가 가능해지면 여신과 보험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자를 위해 빅테크에 보험·비교추천을 허용한 것처럼 캐피탈에게도 고객 편익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