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송호성 기아 사장이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작됐다.

정부가 올해 국가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5300만원 이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전액 제공하기로 하면서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산 전기차 유입이라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하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는 2월 국고 보조금 변화에 신차 가격 뿐만 아니라 전기차 9종 판매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다. 국내 전기차 내수 수요 진작과 중국 BYD 등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기아 전기 승용차는 기본차 가격 할인에 재고 물량 할인, 국고·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해질 경우 실구매가가 최대 1000만원 낮아지게 된다. 국내 내수 시장에서 3000~4000만원대 실구매가가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EV 가격은 3152만원, 3843만원으로 조정됐다. BYD 아토 3(ATTO 3) 판매 가격은 기본트림 3150만원, 상위트림 3330만원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경쟁차인 아토 3 상위트림 '아토 3 플러스(Plus)'와 달리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 한번 충전에 최대 417㎞ 주행이 가능하다.

반면, 아토 3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선택, 가격을 3150만원까지 내렸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왼쪽부터),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왼쪽부터),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

기아는 EV3를 당초 계획한 LFP가 아닌 NCM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501㎞까지 늘렸다. 아토 3 플러스(321㎞)보다 전기로만 180㎞ 더 달린다. NCM는 LFP보다 △주행 성능 △출력 성능 △재활용성이 우수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는 데 유리하다.

볼보도 신차 EX30에 NCM배터리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 각종 옵션을 적용하면서도 판매가를 330만원 인하한 글로벌 최저가로 책정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면서도 미국, 유럽 등 주요국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폴스타도 프리미엄 전기차 폴스타 4에 한국산 NCM 배터리 뿐만 아니라 충전 바우처를 최대 120만 원을 제공하면서 국내 전기차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에 불을 지핀 테슬라도 추가 인하를 추진한다. 지커, 샤오펑, 리프모터스 등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사 공세에 테슬라는 주력 모델Y 가격을 인하하는 동시에 신형 모델Y 가격을 30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국에 보조금 중단·축소 사태가 지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수요 정체가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에 대응 가능하거나 경쟁력 있는 가격대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곳을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