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켐트로닉스가 반도체 유리기판과 웨이퍼 재생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최근 인수한 제이쓰리와의 협업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켐트로닉스는 제이쓰리가 보유한 설비와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며 12일 이같이 밝혔다.
회사가 점찍은 건 먼저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얇고 매끈해 미세 회로 구현이 용이하고, 휨 현상이 적어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 받고 있는 부품이다. 미래 성장성에 삼성·SK·LG 등 대기업 뿐 아니라 국내외 다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가 유리기판 상용화에 뛰어 들고 있다.
유리기판 제조에는 '글래스관통전극(TGV)'이 필수다. 신호를 주고 받는 통로를 만드는 TGV는 레이저로 구멍 틀을 만들고 이를 깎아내는 식각을 통해 이뤄진다.
켐트로닉스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쌓은 식각 기술을 앞세워 국내 대기업과 유리기판 상용화를 협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이쓰리 초정밀 평탄화 기술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김응수 켐트로닉스 대표는 “제이쓰리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회사가 보유한 고순도 화학소재 기술 및 TGV 기술을 제이쓰리 초정밀 평탄화 기술과 융합해 유리기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제이쓰리는 켐트로닉스가 자회사 리제닉스를 통해 인수한 회사다. 반도체 제조에 쓰는 웨이퍼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켐트로닉스에 인수됐다.
켐트로닉스는 제이쓰리가 화학적기계연마(CMP) 등 평탄화 설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TGV 전·후 공정에서 유리기판을 더욱 매끄럽고 편평하게 만드는데 장점이 있다고 판단, 양사 협력을 통해 유리기판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켐트로닉스는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제이쓰리 가용부지 약 2000평을 활용해 향후 유리기판 공정을 위한 신규 라인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제이쓰리 공장은 불산 사용 승인 구역이어서 반도체 소재 사업을 강화하려는 켐트로닉스와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이쓰리 주력인 재생 웨이퍼 사업도 강화한다. 켐트로닉스는 제이쓰리가 최근 구리막 웨이퍼 재생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웨이퍼는 공정 중 불량이 발생하는데, 이를 화학 및 물리적 재생 기술로 재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구리막 웨이퍼는 재활용이 까다롭지만,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로 재생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김응수 대표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자원 효율성을 실현할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공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의 환경적 책임을 강화할 대안”이라고 부연했다.
재생 웨이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테스트용으로 많이 쓰인다. 제이쓰리 주 고객사는 삼성·SK 등 반도체 제조사의 1차 협력사들이다.
켐트로닉스는 전자·화학 분야 중견 기업이다. 1983년 설립돼 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중심에서 반도체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