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망 AI 팹리스 해외 매각되나…메타, 퓨리오사AI 인수 추진

엔비디아 대체 공급망 확보
포브스 “이달 내 인수 완료”
퓨리오사, 국책과제 참여 두각
국내 AI반도체 경쟁력 저하 우려

메타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메타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퓨리오사AI는 국내 드문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그동안 국책 과제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계약 성사 시 유망 AI 기업이자 유니콘 후보가 해외 매각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퓨리오사AI는 메타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임직원들은 메타와의 협상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퓨리오사AI는 이날 개발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 시행 조치도 내렸다.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이달 안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 논의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퓨리오사AI의 NPU 2세대 '레니게이드'
퓨리오사AI의 NPU 2세대 '레니게이드'

퓨리오사AI는 2017년 삼성전자와 AMD 엔지니어 출신인 백준호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데이터센터용 AI 추론·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다. 2021년 첫 AI 반도체 '워보이'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8월 2세대인 '레니게이드'를 출시했다.

메타가 퓨리오사AI에 눈독 들이는 건 자체 AI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메타는 현재 고가의 엔비디아 AI 칩을 구매,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만 AI와 데이터센터에 최대 650억달러(약 94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막대한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반도체가 핵심인 데, 이 대목에서 퓨리오사AI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를 내재화하려는 전략이다.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오픈AI도 자체 칩 설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메타는 브로드컴과도 협력해 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퓨리오사AI는 개발 및 운영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해 초까지 17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자금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칩 설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AI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준비 작업에만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2세대 칩부터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활용하고 있다.

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인수하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첫 해외 매각 사례가 된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모빌린트 등이 국내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꼽히는데, 기반이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는 스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퓨리오사AI는 메타의 자금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성장 가능성도 얻게 된다.


그러나 국내 몇 안 되는 AI 반도체 회사가 해외 매각되는 것이어서 산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퓨리오사AI는 다양한 국책 과제에 참여하고 있어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사는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의 서버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됐고, 2023년부터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책 사업 담당 관계자는 “메타 인수 시 과제 방향을 수정해야할 수도 있다”며 “관련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