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스타트업 투자 '한파'…생태계 위축 우려

작년 신규투자 역대 최저 수준
가치 투자서 수익성 중심 변화
문어발 비판에 규제 환경 악화
불경기 탓 보수적 집행 영향도

(C)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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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신규 투자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로 인해 보수적인 투자 집행이 이어지고 있고, 플랫폼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규제 환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간 스타트업에 투자해 인수하거나 협업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올해도 투자 환경이 좋지 않으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네이버 D2SF의 신규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해 4건으로 2015년 설립 이후 가장 낮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 'NXN 랩스', 회계 특화 AI 스타트업 'CCK솔루션', 3D 생성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패션 검색·추천 AI 스타트업 '예스플리즈'에 투자했다. 이 중 클레이디스와 예스플리즈가 북미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임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투자는 2건에 그쳤다.

네카오, 스타트업 투자 '한파'…생태계 위축 우려

지난해 카카오벤처스의 신규 스타트업 투자는 15건으로 2013년(8건) 이후 가장 적었다. 카카오벤처스는 2022년 신규 스타트업 투자를 42건 집행하며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022년의 약 35%에 이르는 수준밖에 투자하지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 불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힘들고, 스타트업 투자 방식도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몰려온다고 걱정을 많이 했던 때이고 기업들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경영했다”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가치' 위주로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수익' 위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과 함께 국내의 플랫폼 규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문어발 경영', '골목상권 침해'로 비판받으면서 계열사 수를 줄이고 있다.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존 성장 방식은 더 이상 어려운 상황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스타트업을 활용해 서비스를 실험하는데, 작년에는 (국내 규제로) M&A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 미디어 소비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플랫폼 기업이 스타트업을 활발하게 인수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산업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다. 특히 네이버 D2SF는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카카오벤처스는 시장에 적용할만한 기술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문제는 올해에도 플랫폼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 규제 이슈가 여전한 상황에서 생성형 AI를 탑재한 해외 플랫폼과 치열한 경쟁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 부의장은 “애플, 구글 등을 보면 많은 스타트업을 인수해 자사 서비스로 발전시키고 소위 말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면서 “플랫폼 기업이 오픈 생태계를 만들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하지 말고 잘 인수해 주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표>네이버-카카오 스타트업 신규 투자 - 자료: 더브이씨(The VC)
<표>네이버-카카오 스타트업 신규 투자 - 자료: 더브이씨(The VC)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