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는 에너지공학과 및 대학원 에너지시스템공학과 정현영 교수와 박치훈 교수 공동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배터리 수명을 대폭 연장할 수 있는 양자 실리콘 다공성 전극(QSPE)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진은 QSPE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가 1.7C 충전 속도에서 2600회 충·방전 후에도 2550mAh/g 용량을 유지하고 82.5C 초고속 충전에서도 5만5000회 충·방전 동안 거의 100% 쿨롱 효율을 유지함을 보이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최근 게재했다.

실리콘은 이론적으로 현재 상용화된 흑연보다 10배 이상 높은 에너지 저장 용량을 제공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다. 다만 실리콘은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400%까지 팽창하는 특성이 있어 전극 구조가 쉽게 손상되고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QSPE 기술은 양자 크기 실리콘 산화물(SiOx)을 다공성 탄소 프레임워크와 결합해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연구에서 배터리 성능 저하 원인으로 지목된 실리콘 산화물(LixSiOy) 형성이 오히려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하고 균일한 리튬 도금을 유도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QSPE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기차 충전 시간 단축과 배터리 수명 연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에너지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QSPE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는 장기간 안정적인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연구 단계에서 검증된 성능이 상용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구현될지는 지속적인 개발과 실증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산 비용, 안정성, 시장성과 같은 요소들에 대한 검토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현영 교수는 “QSPE 기술은 실리콘 기반 배터리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QSPE 기술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산업과 접목될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앞으로의 연구개발과 산업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