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개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관세를 언급했다. 미국이 한국을 군사안보 측면에서 지원하는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평균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불공정'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음 달 2일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우리나라도 트럼프발 관세 폭격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상하원 합동 의회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나 높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미국에 결코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뒤 공개 석상에서 우리나라 관세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관세가 4배나 높다고 지적하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뜻을 내비친 점은 25% 관세를 부과한 멕시코·캐나다, 2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관세의 주요 타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부터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부과하는 것에 대응해 우리는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나라별 상호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개별소비세 등 자신이 강조했던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0%대 실효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0.79%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며 이를 환영한다고도 했다. 그는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하나로, 미국이 문제삼는 무역 적자 해소와 관련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림으로써 무역흑자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제정한 반도체법 폐지 방침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돌아왔다”라며 40여일간의 주요 업무 성과와 향후 정책방향을 1시간40여분간 연설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