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글로벌 플랫폼 규제,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송민택 교수
송민택 교수

디지털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국가 간 무역 분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플랫폼 규제와 디지털세 도입이 과거에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정당한 조치로 평가받았으나, 최근 글로벌 경제 질서와 충돌하는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 보호를 위해 강경한 통상정책을 펼치며,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들에 대해 보복 관세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한때 플랫폼 규제는 글로벌 경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표적 트렌드였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이미 빅테크의 독점적 지배력을 제한하고 있고, 일본 역시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을 시행하며 시장 공정성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 또한 독과점 방지와 공정 거래 환경 조성을 목표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규제들은 글로벌 환경과 미국 정부의 강경 대응과 맞물리면서 재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해외 국가의 규제에 대응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은 디지털세 부과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 제한 및 현지 데이터 저장 의무 등의 조치를 자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인식하며 적극적인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세금 이슈가 아니라 디지털 경제 패권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망 사용료다. 국내에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이 망 사용료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시에는 인프라 투자 비용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술기업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쟁점이 됐다. 미국은 망 사용료에 대해 인터넷 개방성을 저해하는 비관세장벽으로 해석하며 자국 콘텐츠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한다.

또 미국은 데이터 현지화 및 해외 기업 대상의 차별적 규제 등 국내의 디지털 정책 전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디지털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통상 기조를 지속하는 한, 한미 무역 분쟁은 심화될 것이며 FTA 및 디지털 경제 협력 관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과점 방지와 거래 공정성 확보를 목표로 추진돼온 국내 플랫폼 규제도 방향 재설정이 불가피해졌다. 일부 글로벌 기업과 해외 정부는 이를 보호무역적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어, 디지털 경제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로 확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도한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 강화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화를 이루면서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책을 병행하는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국내 디지털 규제 정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과거의 규제 방향만을 고수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현실과 흐름을 충분히 반영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정 기업 중심의 규제보다 산업 전반의 공정성과 혁신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울러 국제 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규제 관련 갈등을 사전에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외교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한미 간 무역 충돌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디지털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송민택 한양대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