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2시간 예외 차선책 추진
기업 성과 저하…신속 개정
연구직 근로시간 제한 완화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 직군의 주52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상의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야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과 별개로 반도체 기업의 현장 애로를 우선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기존 지침을 신속히 개정해 현행 최대 주64시간인 특별연장근로 허가 기간을 늘리고, 기업의 신청 절차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주52시간 예외'가 단기간내 처리하기 힘들어지자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선해 '주64시간(12시간 추가) 적용' 안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근로 예외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상황이 전개되자, 기존 지침을 개정해 R&D 직군의 근로 시간 제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접근이다.
정부와 여당은 K-반도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R&D 분야에 한해 주52시간 근로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노동계 반발에 법안은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최근 국정협의회에서도 반도체특별법은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반도체 기업들은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연구개발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부서 간 협업 저해, 근로시간 최대 한도를 채운 경우 강제 휴가 등 연구에 몰입하는 문화가 약화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연구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회는 “반도체특별법에 근로시간 특례가 포함돼야 하나 지난 국정협의회에서 합의가 불발된 것이 아쉽다”면서 “우선은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라도 조속히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평택에서 (반도체) 기업의 애로를 들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간담회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다시 날 수 있도록 정부가 시급히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할 수 있었다. 관계부처와 협력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 규제는 대응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일본, 대만은 국운을 걸고 반도체 생태계 육성 중이고 중국은 우리 주력인 메모리를 턱밑까지 추격왔다”면서 “우리 반도체 업계만 근로시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