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리는 차세대 배터리의 폭발 위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차세대 배터리 양극 신소재 과리튬의 산소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할 새로운 소재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과리튬은 이론상으로 4.5V 이상 고압 충전 시 기존보다 30~70%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소재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km를 갈 수 있다.
하지만 고압 충전 과정에서 과리튬 내부에 잡혀 있던 산소(O-2)가 산화돼 기체(O2)로 방출되고, 이로 인한 폭발 위험도 안고 있다.
이 교수팀은 충전압 4.25V 부근에서 산소 산화가 일어나 부분적 구조적 변형이 발생하면서 산소 가스가 방출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산화를 원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전극소재 설계 방식을 도출 제시했다. 과리튬의 전이금속 일부를 전기 음성도가 더 낮은 전이금속 원소로 치환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두 금속 원소 간 전기 음성도의 차이로 인해 전기 음성도가 큰 원소 주변으로 전자가 몰리고, 전이 금속의 가용 전자 수가 증가하면서 산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전이금속의 가용 전자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산소가 전자를 대신 주고 산화돼 기체 형태로 배출됐다.

김민호 UNIST 연구원(논문 제1저자, 미국 UCLA 박사후 연구원)은 “기존 연구가 산화된 산소를 안정화시켜 기체 형태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한 반면 이번 연구는 산소의 산화 자체를 막는 데 집중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자 밀도 변화는 유도효과(전자 밀도 변화에 따라 전이금속의 산화환원 전위가 바뀌는 현상)를 일으키고, 결국 충전 전압을 상승시켜 고에너지밀도를 달성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는 가용 전자 수와 충전 전압에 비례하기 때문에 전이 금속을 치환하는 전략으로 배터리 단위 무게당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 교수팀은 전이금속 치환 전략의 산소 산화 억제 효과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현욱 교수는 “다양한 실험과 이론 분석으로 연구 성과를 라이브러리화했다”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폭발 위험이 없는 장거리 주행 배터리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서동화 KAIST 교수, 중앙대, 포항가속기연구소, 유장 리 미국 UCLA 교수, UC버클리대, 로렌스버클리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