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갈등 국면에서 집단 사직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를 비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신상 유출과 모욕 등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가 80건 가까이 된다. 폐쇄성과 추적방지 수법 등으로 인해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두고는 부처간 이견을 보였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혐오와 폭력: 메디스태프 내 불법행위, 해법은?'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의사·의대생 6만명을 회원으로 보유한 메디스태프는 당초 의학 정보 자문과 구인·구직 정보 공유를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의정갈등 국면에서 현장을 지킨 의료진 명단을 공개하며 복귀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 참사로 모친을 잃은 의대생을 두고 “죄는 자식이 지었는데 벌은 부모가 받았다”는 모욕 섞인 글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의료진 신상을 공개한 메디스태프 게시글 각각 71건, 16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78건이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2명 구속·48명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18건을 수사 중이다.
제보자 노출을 각오하고 피해를 접수한 만큼 실제 신상 공유와 모욕 게시글이 훨씬 많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사이트는 인증된 회원만 접속할 수 있어 복지부와 교육부는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기관도 마찬가지다. 메디스태프 운영진이 게시물 작성자 인적사항 공유에 비협조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수차례 보안 업데이트를 거쳐 24시간만 게시자 정보를 보관,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거쳐 정보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
복지부는 동료 신상정보를 불법적으로 공개한 의료진에 대해 자격을 1년간 정지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민영신 의사집단행동중앙사고수습본부 법무지원반장(복지부 감사관)은 “피해자가 직접 요청하지 않는 이상 복지부와 교육부는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가 관심가지고 시정조치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지난 28일 메디스태프 게시글 일부에 대해 삭제 요구를 의결했다. 그러나 복지부와 교육부가 요청한 사이트 폐쇄는 수용하지 않았다.
한명호 방심위 통신심의국장은 “사안 심각성과 영향력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 절차를 거쳤다”면서 “메디스태프 운영진의 자율규제 의지를 담은 의견서를 확인했을 때 명확한 기준 없이 규제로만 접근하기 어렵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복지부가 수사의뢰 외에 메디스태프 운영진 상대로 직접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방심위는 다음 주 메디스태프에 대한 추가 심의를 진행한다.
박치면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서기관은 “1년여간 메디스태프 운영진과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방심위 조치 전까지 닿질 않았다”면서 “운영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국에 대한 조롱을 이어가는 만큼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사이트는 폐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은 “익명성 아래서 타인의 자유와 전공의 복귀를 막는 메디스태프는 혐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면서 “각 부처와 정치권이 지속 협력해 제보자가 더는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