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美 압박은 상수…대미 협상·수출 시장 다변화 등 주력해야”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로 잠시나마 협상 준비 시간을 벌었다는 것은 호재입니다. 그러나 기존 통상·무역 질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큰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상수로 보면 무역수지 개선, 무역장벽 제거 등 미국의 요구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국회, 민간 등 다양한 채널로 미국과 논의 무대를 넓히고 동시에 수출시장 다변화 등 대안적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2일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했다가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대상국은 90일간 유예했다. 물가 인상 우려가 커지고 증시와 채권시장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 중 가장 높은 25%의 관세율을 받은 한국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잠시 숨 돌릴 시간을 얻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현 상황을 두고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상호관세가 트럼프 정부 임기 내내 유지되긴 무리라는 관측이 제기됐다”면서 “그러나 상호관세의 배경이 된 무역적자, 무역투자장벽 등이 개선되거나 개선될 것이라는 명분 없이 상호관세가 철회되거나 대폭 개선되는 상황은 벌어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시선은 한국·미국 정부간 협상 테이블에 쏠린다. 미국은 무역 관련 의제는 물론이고 방위비, 에너지·자원 등 다양한 현안을 꺼내 한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조 실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 민간 등 다양한 채널의 전략적 협력을 통한 국가총력전 개념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미국산 에너지, 무기류 수입과 연동된 무역적자 축소와 국내제도 개선은 정부의 역할이 크므로, 미국의 요구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제도 개선은 미국이 요구해서 들어주는 수동적 자세보다는 이를 통해 우리 경제와 규제를 선진화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개별협상의 시간으로 접어든 만큼 산업 측면에서 보완성이 큰 동맹국에 대한 관세부과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적극 어필함으로써 상호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도 우리에겐 현안이다. 양국이 상호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1, 2위 수출 시장과 주요 공급망으로 두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실장은 “중국에 대한 고관세로 우리 기업의 반사이익도 가능하나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해 효율을 기하던 우리 기업의 비용 증가,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부작용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과 관계없이 공통으로 대중국 강경 기조를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후임이 누가 되도 지금의 관세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중국 견제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으로 한국의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수출시장 다변화 등의 대안적 성격의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라면서 “한국산에 선호도가 높은 러시아 시장의 리오픈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아가 주력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