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반도체 관세율 발표를 예고하면서 우리 산업과 금융시장이 또 한번 크게 출렁이게 됐다. 지난주 뉴욕시장 폭락·폭등에 따라 곧바로 매도·매수 사이드카 발동을 연쇄적으로 겪은데 이어 이번에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전용기 내 약식 회견에서 반도체 관세 관련 질문을 받고는 “월요일(14일)에 그에 대한 답을 주겠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수출 1위 품목이자, 대미 수출 2위 품목인 반도체에 고율 관세가 매겨질 경우, 수출 축소에 따른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앞서 자동차와 철강 제품에 대한 25% 품목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됐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업종 조사결과도 곧 발표될 것이라고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공식화 한 것도 우리로선 큰 부담이다.
사실 무역확장법 232조가 외국산 제품의 기능이나 안전, 가격문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 아니라 자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특별 관세 부과는 물론 수입금지 등 긴급조치까지 가할 수 있도록 돼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외교·정무적 판단에 좌지우지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반도체에 부과될 품목관세가 얼마나 높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행보를 봤을 때 14일 발표 관세율도 완전히 고정값은 아닐 공산이 크다. 이미 예외 없는 국가 상호관세 적용을 엄포해 놓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 동안 유예한 것이나 11일 상호관세 특별 제외 품목에 스마트폰, 메모리칩, 노트북PC, 반도체장비 등을 포함시킨 것이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14일 반도체 품목관세를 놓고 일단, 자국 관련 기업이나 동맹국 기업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협상용 제안을 내놓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월요일 시점으로 봤을때 반도체 업종은 미국 주식시장에도 파괴력이 있는 만큼 투자자 반응 등을 살필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관세 관련 영향이나 전망이 백악관 발표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상호관세 발표 뒤 백악관이 꺼낸 자국 기업 구하기 카드는 결국, 우리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탈출구이자 혜택이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조속히 지정돼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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