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추경·관세·탄핵 책임론' 충돌

경제 위기 책임 공방 고조…한덕수 책임론·포퓰리즘 공방도 격화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경기침체 대응 추경안, 반도체·석유화학 등 산업 구조 문제까지 주요 경제 이슈 둘러싼 격전이 벌어졌다. 특히 양당 모두 경제위기 책임 소재를 놓고 강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미국발 상호관세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강력한 외교노력을 촉구했다.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의 기본관세 유지와 상호관세 확대는 제2의 IMF를 불러올 수 있다”며 “대미 수출 비중이 18.7%에 달하는 만큼 정부의 협상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덕수 권한대행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15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장관급 협상 틀을 마련 중이며, 경제안보 전략 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조선·철강 등 주요 업종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조치가 이날부터 발효된 것을 두고도 우려를 표했다. 의원들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고, 이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현재 2000명 이상의 고급 연구인력이 현지에서 활동 중인 만큼, 연구보안과 외교적 완화를 병행해 문제를 조속히 해소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정부는 12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당은 실효성과 시점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한 추경을 왜 이제야 제출하느냐. 완전한 뒷북 행정”이라며 “보다 선제적·적극적인 추경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앞서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안이 '선거용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민생지원금 지급을 포기한다고 했다가 지역화폐 명목으로 25만 원 현금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생지원금이든지 지역화폐든지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며 “대선을 앞두고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최 부총리는 “정치적 쟁점이 아닌 시급한 현안을 중심으로 추경을 구성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이며, 4월 말~5월 초에는 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3년간의 경제 실적을 두고는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안 의원은 “전임 정부가 기록한 4.6% 고성장에 비해 현 정부는 평균 1.7%에 불과하다. 세수도 붕괴돼 87조 원의 결손을 냈고, 기업 투자와 자영업은 붕괴 직전”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물가 안정, 무역적자 해소, 가계부채 감소, 소득분배 개선 등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은 과도하며, 약자 복지에도 집중해왔다”고 반박했다.

반도체 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의 구조적 위기 대응을 두고도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종배 의원은 “엔비디아·TSMC는 주 80시간 일하는데, 우리는 52시간 규제에 갇혀 있다”며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대만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제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상황”이라며 공감을 표하고, “법 통과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선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구조적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원론 수준에 그친다”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업계의 자율 재편안에 기반한 유연한 대응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서 의원은 “기재부 해체론까지 꺼내드는 민주당은 경제 기본틀 자체를 흔들고 있다”며 “기재부는 정권의 기구가 아니라 국민의 최후의 보루로서 위축되지 말고 책임을 다하라”고도 말했다.

정치적 논란도 이어졌다. 주철현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시 동료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구했다는 설명에 대해 “사실상 일방 결정이자 대국민 기만”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최 부총리는 “저는 당시 회의에 없었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