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벤처·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자본·네트워크·인프라의 종합지원 패키지를 마련하고 나섰다. 미국 ICT 발전의 산실인 실리콘밸리를 전초기지로 삼고 한국 창업기업의 기술력과 혁신 역량을 현지에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5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해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글로벌펀드 결성식'과 '한인창업자연합(이하 UKF)-한국벤처투자 업무협약(MOU) 체결식', '북가주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회' 회의를 잇달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보의 핵심은 총 2억달러(약 2926억원) 규모의 글로벌펀드 조성이다. 미국 벤처캐피털(VC) 3개사(서드 프라임 캐피탈, 패트론 매니지먼트, 에이씨브이씨 파트너스)가 펀드 결성 문서에 서명했으며, 이 중 최소 3000만달러 이상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해당 VC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딥테크 분야에 특화된 중견 투자사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시장 확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글로벌펀드 운용사로 전 세계 15개 VC를 선정하고,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이번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펀드 결성식을 개최하면서, 글로벌 투자 생태계 내 한국 스타트업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총 73개 글로벌펀드가 약 12조원 규모로 조성돼 642개 한국 기업에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인창업자연합(UKF)과의 MOU도 체결됐다. UKF는 미국 내 한국계 창업자 및 투자자 1500여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매년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UKF 82 스타트업 서밋'을 열며 현지 시장과 국내 스타트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기부는 앞으로 이 서밋을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K-Global Star)과 연계해 한국 기업의 미국 안착과 투자 연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북가주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회 회의도 주재했다. 이 회의는 중기부와 외교부 간 협약에 따라 재외공관에 설치된 기업지원 거버넌스로, 이날은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한 스타트업들과 현지 유관기관이 모여 진출 전략, 애로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협의회는 그간 14건의 애로를 해소하고 49건의 정보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쌓아왔다.
이날 오전에는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 조성 중인 중기부 실리콘밸리 통합거점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해당 거점은 올해 하반기 개소 예정으로,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 진출과 현지 투자 유치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오 장관은 “한국 스타트업은 CES 혁신상 208개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창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정부는 실리콘밸리를 기점으로 글로벌펀드 조성, 현지 네트워크 연계, 정책 거버넌스를 총동원해 미국 진출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