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COLDPLAY) 첫 내한 공연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고의 콘서트’로 꼽는 명공연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이제 큰 고민에 빠질 듯하다. 2017년 콜드플레이와 2025년 콜드플레이 중 어느 쪽이 더 ‘인생 최고의 콘서트’인지를 두고.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Music of the Spheres’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콜드플레이의 1회차 공연이 펼쳐졌다.
약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이들의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21세기 가장 성공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콜드플레이답게 세트리스트의 모든 곡은 명곡의 연속이었고, 밴드의 프론트 맨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뛰어난 무대 매너, 그에 호응에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5만여 관객들까지, ‘완벽’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환상적인 순간을 완성했다.
심지어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눈을 퍼부을 정도로 변덕스러웠던 날씨도 쾌적한 기온을 기록해, ‘하늘도 이날의 공연을 기다려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공연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역시 무대 연출이다.
이날의 콜드플레이 콘서트는 단순히 ‘화려하다’, ‘멋있다’라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 연출을 선보이며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였다.
그저 대규모의 전광판이나 조형물, 레이저와 조명을 설치하고 꽃가루(Confetti)를 뿌리는 것은 자금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무대의 감동을 극대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이날 공연의 레이저와 조명은 마법사가 직접 빛을 빚어 곳곳에 뿌려대는 것처럼 보였고, 바람을 타고 계속해서 공연장에 흩날리던 꽃가루(Confetti)는 그렇지 않아도 환상적인 연출을 한층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또 조명의 파장을 변환시켜 무지개색 하트로 보이게 만드는 문글래스나 중요한 순간마다 터져 나온 불꽃놀이 등 연출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고양종합운동장을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이 연출의 중심에는 당연히 크리스 마틴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크리스 마틴에게는 목소리는 물론이고, 손동작과 발걸음, 몸짓 하나에도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의도해서 한 것이면 천재적이고, 타고난 본능으로 한 것이면 천부적이다. 어느 쪽이든 크리스 마틴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열광하고 동경하던 록스타의 라이브 영상 중에는 아이코닉한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웸블리에서의 퀸(QUEEN)이나 모스크바에서의 메탈리카(Metallica)처럼 말이다.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는 그런 아이코닉한 순간을 함께하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을 준다. 2017년도 그랬고, 이번 역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콜드플레이의 라이브 공연을 ‘인생 최고의 콘서트’로 꼽는 이유일 것이다.
덕분에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2017년 콜드플레이와 2025년 콜드플레이는 '어느 쪽이 최고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18일, 19일, 22일, 24일,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