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인구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024년 기준 0.72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 인구는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비수도권의 공동화와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저출산과 동시에 청년 인구의 이탈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전략적 플랫폼 구축에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기반 산업과 연계한 청년 정주 프로그램 구축, 해외 청년 유입을 통한 인구 보완, 장기적으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사회적 구조 개선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 청년의 이탈은 단지 교육과 취업의 기회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에 머물러도 전문적인 역량을 쌓고 지속 가능한 경력을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청년들은 당연히 기회가 많은 수도권을 선택한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은 단순 직업교육을 넘어서 지역 산업 맞춤형의 고도화된 교육과정과 산학일체형 협동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졸업 후 지역기업에 정규직 전환 연계 등의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 일본의 '5년 학제인 지역산업연계 고등전문학교'(KOSEN)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지역 산업계와 긴밀히 연계한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며, 졸업생의 90% 이상이 해당 지역에 취업해 정주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직업교육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듀플러스]인구위기에 대응하는 전문대학의 전략적 변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4/11/news-p.v1.20250411.b12f537dbb654d9eb519e761009683cb_P1.png)
현재 청년 인구의 급감은 외부 인재 유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지역 전문대학은 해외 청년 유학생을 단기 체류자에서 '지역 정주형 인재'로 전환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한 학위 중심의 유학생 유치에서 벗어나, 취업 및 체류 안정성까지 고려한 통합적 경로 설계가 필요하다.
독일은 '블루카드 제도' 등을 통해 유학생이 졸업 후 일정 급여 이상의 취업만 하면 장기 체류 및 영주권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독일 내 외국인 유학생의 54%가 졸업 후 현지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대학으로의 유학-졸업-취업-정주를 위한 비자 전환 요건을 완화하고, 취업 연계형 산업체 매칭 프로그램을 광역 단위로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해외 청년이 '단순 학습자'에서 '지역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저출생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출산율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는 사회 구조에 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 높은 주거비용, 육아·교육 부담은 청년 삶의 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은 지역 내 청년과 가족이 삶의 질을 높이며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공동체와 함께 조성해야 한다. 핀란드에는 청년 교육과 출산 지원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학생가정지원제도(Student Family Housing)'라는 정책도 제공되고 있다. 지금의 인구 위기는 단순히 출산 장려금이나 일자리로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사회 구조적 문제이자 지역 생태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산업체 그리고 지역 대학이 협력하여 청년 가정의 주거, 육아, 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청년 정주, 해외 인재 유입을 통한 인구 보완, 장기적으로 삶의 기반이 되는 교육과 복지의 통합적 제공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전문대학은 인구 위기를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견인하는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 전문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 ydkim@dit.ac.kr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협회장=부산경찰청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상임위원, 부울경·제주 전문대학총장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과학대 총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