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매출액 기준 '1500억→1800억 원' 10년만에 개편…AI·이차전지 등 573만 기업 혜택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매출 기준 개편안' 사전 브리핑을 실시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매출 기준 개편안' 사전 브리핑을 실시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가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연간 매출액 상한 기준을 1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10년 만에 상향한다. 이번 조치로 전체 804만 중소기업 중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반도체, 스마트 제조 등 이른바 '상향 업종'에 속하는 573만개 기업이 각종 세제 감면과 공공조달, 정부 지원사업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매출 기준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5월 중 입법예고하고, 온라인 중소기업 확인 시스템도 개편해 오는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물가 상승 등 외부 여건 변화로 성장 없이 매출만 늘어나 중소기업 지위를 잃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그런 부작용을 막고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현실 반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업종별 매출 기준 상한은 최대 1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기존 5개였던 매출 구간은 7개로 세분화됐다. 소기업 기준도 매출 12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상향되고, 구간은 9개로 늘어난다.

이로써 중기업 6만3000개, 소기업 566만7000개 등 총 573만개 기업이 기존과 동일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을 크게 받은 1차 금속 제조업,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이 정체된 자동차 제조업 등은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오 장관은 “알루미늄, 동, 니켈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규제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이번 조치를 통해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5년 주기의 기준 검토 시 현장 수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계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매출 기준 경계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다시 정책 지원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우수 인재 유입과 기술 혁신, 투자 확대 등 '기업 성장사다리' 체계가 한층 견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도 “이번 개편으로 스케일업이 필요한 벤처기업들이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