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페스티벌, '후원기근, 유명세 쏠림' 이중고

경기침체 속 공연성사 난항, 티켓파워 중심 라인업 단순화
“악순환 속 공연개성 강조 필요”

국내 음악 페스티벌 시장이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했지만, 일부 유명 축제에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함께 다수 축제가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공연업계는 경기침체 속 후원기근과 전반적인 티켓 판매 저조 등에 따른 행사 진행의 어려움 속에서 정체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사진=워터밤 공식 SNS
사진=워터밤 공식 SNS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러브썸', '뷰티풀민트라이브' 등 피크닉 스타일의 무대나 '서울재즈페스티벌', '펜타포트록페스티벌' 장르축제들이 등 기존 인기를 되찾았고, '워터밤'의 전국 투어 확대, 국악과 재즈 등 장르 융합형 '즉흥음악축제', J팝 특화 공연 '원더리벳', '부산록페스티벌' 등 다양한 신규 축제도 등장하며 시장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일부 대형 축제를 제외한 많은 행사들이 후원협찬 유치 불발은 물론 저조한 티켓 판매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 페스티벌은 공연 종료 이후까지 1일권 티켓이 판매 플랫폼에 남아 있었고, 또 다른 축제에서는 예매 수량 대비 현장 참여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성황리 개최된 '2024 카스쿨 페스티벌'의 한 모습.(사진=전자신문DB)
지난해 성황리 개최된 '2024 카스쿨 페스티벌'의 한 모습.(사진=전자신문DB)

이 같은 흐름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공연 산업 전반의 구조적 어려움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엔데믹 이후 공연업계가 빠르게 무대를 확대하고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최근의 경기침체와 함께 공연후원 및 협찬 규모가 대폭 축소대면서 공연자체 성사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큰 이유로 자리한다.

실제 올해 마무리됐거나 기획중인 공연 중 다수가 외부협찬이 기존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으며, 공연 자체를 실행하지 못하면서 환불해줘야하는 사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공연시장 둔화는 프로그램 구성의 다양성 축소로도 이어진다. 다수 페스티벌이 공연성사를 위해 티켓파워를 지닌 일부 메이저 아티스트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각 행사 간 무대 색깔이 유사해지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KT 주최 뮤직 페스티벌 '2023 KT 보야지 투 자라섬' 당시의 모습. (사진=KT 제공)
KT 주최 뮤직 페스티벌 '2023 KT 보야지 투 자라섬' 당시의 모습. (사진=KT 제공)

여기에 공연장 확보 없이 티켓부터 오픈하는 일부 기획사들의 무분별한 운영은 해당행사는 물론 페스티벌 전반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기고 있다.

공연계의 이같은 상황에 축제를 찾는 관객들 또한 가격 부담 속에 하나의 공연만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역사성과 고유 스토리, 개성 있는 무대를 갖춘 소수의 축제에만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는 주최 측 입장에서는 출연료와 행사 비용 상승 등 이중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연업계는 현재의 난관을 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이라는 대전제와 함께 페스티벌 고유의 정체성과 매력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공연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 공연이 성사되기 어려운 가운데, 관객과 후원협찬사 측 모두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안정적 페스티벌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축제마다 뚜렷한 기획 방향과 개성이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러브썸 페스티벌' 당시의 모습. (사진=인넥스트트렌드 제공)
2023년 '러브썸 페스티벌' 당시의 모습. (사진=인넥스트트렌드 제공)

전문가들은 음악축제들이 단기적인 흥행보다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관객 경험을 제공하는 축제만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기호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아티스트가.한정적이다.보니 라인업이 겹치는 경우가 많긴 하다. 한 가수 한 가수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라인업의 색깔을 다채롭게 가다듬으며 각 페스티벌의 정체성에 차별화를 두는 게 더 중요한 시기인거 같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