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떼는 엔터계, K콘텐츠 새 비전 요구

YG엔터, 배우 사업 종료와 이적 행렬
씨제스스튜디오, 제작 중심으로 사업 재편
업계, “콘텐츠 위기신호, 혁신·협의 필요”
배우 떼는 엔터계, K콘텐츠 새 비전 요구

엔터업계가 최근 일부 회사들의 배우 분야 철수를 계기로, K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비전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 씨제스스튜디오 등 일부 엔터사들이 배우 사업 종료와 함께 음악 또는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것을 예고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우선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공식 입장을 통해 '음악 본업 집중'과 함께 현 소속 배우들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형태로 배우 사업을 종료할 것을 선언했다. 이에 차승원, 김희애, 서정연, 이기택, 박유나 등은 키이스트로, 유승호와 한승연은 각각 신생 회사인 333엔터테인먼트와 아에르엔터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이적 행렬이 이어졌다.

씨제스스튜디오는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콘텐츠·음반 등 제작 중심의 핵심 사업 집중'과 함께 배우 매니지먼트 정리를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소속 배우들의 이적은 아직 감지되지 않았지만, 여러 형태로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엔터사들의 배우 사업 종료가 처음은 아니다. 2019년 JYP엔터테인먼트가 당시 신생 기획사였던 앤피오엔터테인먼트와의 일부 공동 매니지먼트와 함께 배우 매니지먼트를 종료하고 K팝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성장 탄력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양상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빅뱅, 2NE1 등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년간 배우들을 품어온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JYJ의 매니지먼트를 시작으로 2010년대부터 10년 이상 배우 매니지먼트를 전개한 씨제스스튜디오. 두 기업 모두 상당 기간 배우 사업을 영위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분야까지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삼았다.

그렇기에 이들의 배우 사업 종료는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분야의 최근 한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및 OTT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제작비가 수직 상승한 데다, 높아진 대중의 기준에 따라 일부 스타급 배우들을 제외한 캐스팅이나 흥행이 쉽지 않아지면서 기대 수익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또한 콘텐츠나 광고 이외의 뚜렷한 수익화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배우 라인업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비용 자체가 적지 않다는 점 또한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와 사례가 일부 엔터사에 국한된 것이 아닌, 콘텐츠 시장 전반의 위기 징조라고 보며 업계의 새로운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작비 절감은 물론 콘텐츠 IP 유통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배우 레이블 차원에서의 안정적인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위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YG엔터와 씨제스의 배우 사업 철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사업 모델 변화의 중요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이며, 향후 K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단순히 배우 매니지먼트 축소를 넘어, IP 확장 및 다각적인 수익 모델 구축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