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 업계가 TV시청 인구 감소, 채널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 속 하강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규제 개선의 희망은 보이지 않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은 갈 수록 악화되는데 당국이 약속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 빅4(CJ온스타일·현대홈쇼핑·GS샵·롯데홈쇼핑) 1분기 합산 매출은 1조116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862억원으로 3.6%가 감소했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각 사 별로 살펴보면 매출이 늘어난 곳은 CJ온스타일이 유일하다. CJ온스타일은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362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동기 대비 1억원 늘어난 2276억원으로 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현대홈쇼핑과 GS샵은 각각 9.0%, 6.7%가 줄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현대와 롯데만 웃었다. 현대홈쇼핑은 1분기 영업이익이 23.8% 늘어난 255억원, 롯데홈쇼핑은 22.9% 늘어난 12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CJ온스타일이 보합세를 보였고 지난해 4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높았던 GS샵은 31.7% 줄어든 224억원을 기록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이같은 결과는 취급고와 관련이 있다. CJ온스타일을 제외한 3사 모두 취급고가 작년 동기 대비 3~5%씩 줄어들었다. 취급고·매출에 유리한 고단가 제품 대신 뷰티·패션 등 고마진 상품으로 편성 비중을 조정하면서다. 다만 CJ온스타일은 일찌감치 탈TV, 지식재산권(IP) 중심의 채널 다각화를 통해 취급고를 4.6%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성장이 아닌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강도 높은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고마진 상품 위주의 편성 전략 등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개가 지속되면서 홈쇼핑 산업 외형은 점차 작아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TV홈쇼핑 전체 7개사(CJ온스타일·현대홈쇼핑·GS샵·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의 지난해 취급고는 전년 대비 4.4% 감소한 19조34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취급고 20조원 문턱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산업의 외형이 5년 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지난해 TV홈쇼핑 방송 매출 또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리막길을 타는 홈쇼핑 산업을 활성화 시킬 제도 개선 방안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출범하고 연말까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이후 발표를 두 차례 미루고 외부 연구 용역이 추가되면서 11개월 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TF가 출범한 지 1년이 다돼가지만 규제 개선 몫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긴 모습이다. 홈쇼핑 산업 진흥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규제 사슬을 풀지 않는 한 홈쇼핑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거나 발전하기 어렵다”며 “홈쇼핑 재승인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