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스테이블 코인 시장 현황과 과제〈하〉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급변 시 오히려 레버리지 효과를 증폭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디지털 자산에 투자한 경우 기초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급락하고, 이에 따른 강제 청산이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을 가중시키는 구조다. 2022년 루나-테라(Luna-Terra) 사건은 이러한 위험이 실현된 대표적 사례다. 테라USD(UST)는 알고리즘적 방식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려 했지만, 준비금이나 외부 담보 없이 루나(LUNA)와의 연동만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루나 가격 급락이 UST 가치 붕괴를 촉발했고, 이로 인해 전체 시장에 심각한 연쇄적 충격이 발생했다. 루나-테라 사건은 스테이블 코인 설계가 부실하거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단일 프로젝트 실패가 시장 전반에 걸친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몇 가지 심각한 우려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준비금 투명성 부족 문제다. 일부 스테이블 코인은 준비금 구성과 규모를 불명확하게 공개하거나,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가격 페깅 실패 가능성이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극단적 시장 상황에서 방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가치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파이, 거래소, 결제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실패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넷째, 자금세탁 및 불법거래 악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익명성과 빠른 전송성 덕분에 규제 사각지대에서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상존한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엄격한 준비금 보유 및 외부 감사 의무화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가격 페깅 유지 메커니즘에 대한 기술적 요건을 명확히 설정하고, 극한 시장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검증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해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생태계와 연결되는 방식과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규제해야 한다. 넷째, 자금세탁방지(AML) 및 소비자 보호 기준을 강화하여, 스테이블 코인 기반 거래에도 실명 확인 및 이상 거래 모니터링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선제적 규제 마련과 글로벌 표준 정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통용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혁신특구 내 스테이블 코인 실험 확대,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의 상호운용성 확보, 스테이블 코인 기반 글로벌 결제망 구축 지원, AML 및 소비자 보호 기준 강화, 기술적 위험 평가 및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화 등을 포함하는 종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원화(CBDC) 개발과 병행하여, 민간 스테이블 코인이 디지털 경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혁신 촉진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디지털 금융 혁신의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면서도, 그에 수반하는 시스템 리스크와 소비자 보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활성화할 경우, 단기적으로도 다음과 같은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소액 해외 송금 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감된다. 현재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은 평균 1주일 이상 소요되고 수수료도 최대 10%에 이르지만, 스테이블 코인 기반 송금을 활용하면 수분 내로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둘째, 국내 디지털 결제 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나 웹3 기반 결제 시스템에서도 즉시 사용될 수 있어, 한국 핀테크 기업과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한다. 셋째,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유동성 확대 및 안정성 제고가 가능하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와 스테이블 코인을 병행 운용하면, 투자자들의 거래 선택지가 넓어지고 시장 급변에 따른 충격 흡수 기능도 강화된다. 넷째,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예치 등 신규 금융 서비스 모델 창출이 촉진된다. 이는 금융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투자·운용 수단을 제공하고,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섯째, 향후 디지털 원화(CBDC)와의 연계 실험이 가능해져, 국가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