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 이재명·김문수·이준석, TK 이어 PK서 격돌…초반 '보수 표심' 정조준

김문수 “우주항공에 10배 지원”
이재명 “해양강국 도약 약속”
이준석, 청년 유세로 PK 집중 공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와 국민의힘 중앙당사, 강남구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선거 캠프가 있는 빌딩에 각각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대선 후보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와 국민의힘 중앙당사, 강남구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선거 캠프가 있는 빌딩에 각각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대선 후보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사흘째인 14일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PK(부산·경남) 지역으로 향하며 보수 표심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날 TK(대구·경북)를 찾았던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하루 만에 발걸음을 남쪽으로 옮겨 '보수 벨트'의 양 축을 모두 훑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과 보수층 내 분열 기류까지 감안한 전략적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부산, 창원, 통영, 거제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일정은 '국난 극복 이순신 호국벨트'로 기획됐다. 대구·경북에 이어 이틀 연속 영남권을 공략한 그는 “험지라서 먼저 온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행보”라며 정파를 넘는 통합 메시지를 내놨다.

부산에서는 해양수산부 이전과 해양수도 비전, 통영·거제에서는 조선산업 재건과 북극항로 개발 구상 등을 제시했다.

그는 통영 유세 현장에서 “한 사람의 유능한 리더가 국가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며 “준비되고 유능한 리더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TK·PK 지역에서 과거보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해 전국 대세론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경남 진주를 시작으로 사천, 창원, 밀양, 양산 등 PK 핵심 도시를 종횡으로 누비며 유세에 나섰다. 사천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김 후보는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탐사라는 국가적 목표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우주항공 산업에 정부가 10배 이상의 획기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또 우주항공청과 항공정비업체를 잇따라 찾았고 오후엔 창원으로 이동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 중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용량 30만㎾급)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날 하루 종일 부산 지역에 머물며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오전 출근길 인사에 이어, 성균관유도회 방문, 부산대학교에서의 '학식먹자' 정책토론, 오후 대학가 유세까지 밀도 높은 일정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지방대학 구조 개편과 지역 산업 연계, 청년사회진입 연령 단축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그는 “서울대 10개 설립은 지역분열로 귀결될 것”이라며 경쟁 후보들을 견제하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선거 운동 초반 유력 주자들 모두가 TK·PK를 동시 공략한 데는 그만큼 '보수 민심'이 이번 선거의 조기 변수로 부상했음을 방증한다. 세 후보의 PK 유세를 보면 타깃 지지층과 전략적 우선순위도 갈렸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기반인 보수 핵심지에서 전통 지지층 결속에 집중했고, 이재명 후보는 중도층 흡수와 정권교체 피로감 해소를 겨냥한 '통합 마케팅'을 펼쳤다. 이준석 후보는 이 지역 청년 유권자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세대 교체' 구도를 만들었다. 이들의 영남 주도권 경쟁은 향후 수도권 및 충청권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