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수장 APEC 열린 제주서 관세 협상 재개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15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무대로 관세 협상을 시작했다. 양국 통상 분야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 이어 다시 협상을 테이블에 앉는 자리로 양국이 진전된 합의 사항을 도출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16일 제주에서 만나 관세 등 양국 통상 현안에 대해 조율한다.

그리어 대표 측은 전날 입국해 서울에서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15일에는 APEC이 열리는 제주로 이동,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양자회담을 가졌고 하루 뒤 안 장관과 관세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15일 APEC 개막식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후 안 장관이 (제주에) 오면 장관과 함께 (그리어 대표와) 협의를 할 것”이라며 “장관이 할 내용과 제가 할 얘기는 분리해 구분해놨고, 차례대로 밟아서 그리어 대표가 와 있을 때 최대한 협의를 순서 있게, 질서 있게 하는 쪽으로 접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특히 이번 협상 기간중 조선 업계와도 만남도 진행한다. 그리어 대표는 16일 제주에서 한화오션 및 HD현대중공업 측과 비공개 접촉을 갖기로 했다. 미국이 주요 의제로 내세운 양국 조선 협력과 관련, 미국 통상 수장이 기업을 만나는 첫 사례다. 이에 앞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각각 방문한 바 있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그리어 대표 측에서 만남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가 통상 당국과 조선업계를 동시에 접촉하면서 양국 관세 협상이 진일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군 재건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조선 분야 협력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그리어 대표 측이 조선 협력 구체적 바람은 전달하고 우리 정부는 관세 인하 관련 요구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통상 당국은 그리어 대표의 조선 기업 방문과 한미 관세 협상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구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도 15일 오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양국이 고율의 보복 관세 부과를 유예키로 한 합의를 이끈 장본인으로 이와 관련한 협상이 진행된 지난 12일 이후 사흘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정 본부장도 같은 날 리청강 부부장을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 등 양국 간 통상·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청강 부부장은 글로벌 무역의 다자체제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글로벌 공급망 유지를 위해 중국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중국도 미국도 모두 소중한 경제 파트너로 미중이 제네바에서 90일 관세 유예를 합의했는데, 그 기간 문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