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들어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이 일제히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7개 카드사의 1분기 연체채권비율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0.07%P(포인트)에서 많게는 0.47%P까지 각 카드사별로 연체채권의 비중이 급증했다. 연체체권비율은 총 채권액 대비 대환대출 등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우리카드가 2.62%로 1분기 총 채권 가운데 가장 많은 연체가 발생했다. 하나카드(2.44%), KB국민카드(2.02%) 순으로 연체 비중이 컸다. 카드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것은 연체율 자체보다 가파른 증가세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분기마다 각 카드사의 연체율 제각기 달리 움직였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카드사를 가리지 않고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한고 있는 것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의 주머니 사정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대출이 어려워진 취약 차주들이 돈을 빌렸지만 상환이 쉽지 않아진 탓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 연체 채권, 이른바 고정이하채권의 비중 역시 증가 추세다. 롯데카드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 영향으로 고정이하채권 비중이 2.12%까지 급증했다. 신한·우리·하나·KB국민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 모두 고정이하 채권 비율이 1%대 중반 수준까지 상승했다. 손실 가능성이 높은 채권의 비율 역시 덩달아 지속 상승세다.
향후 경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은 카드업계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지난 14일 올해 상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연 단위로는 0.8% 성장률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역시도 오는 29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2분기 카드업계 건전성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5월 가정의 달 해외여행 수요에 따른 소비 증가가 2분기 실적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반짝 개선에 그칠 뿐 건전성 자체를 제고하기에는 소비 환경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