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혼돈 속 원자력 정책, 이제는 국가 전략으로 정착시켜야

김성중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성중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6월 3일 치러진다. 세계 원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지금, 해외 원전 발주처와 산업계는 대한민국 원자력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이슈에 대해서도,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히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경제적 손익 계산'을 앞세워 성과를 폄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계를 넘어 한국 원전의 신뢰도를 지켜보는 국제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제는 원자력 발전 정책이 진영 논리에 따라 흔들리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원자력을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초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점은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전략적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이다. 양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을 기반으로 수십 년간의 신뢰와 기술 협력을 이어왔으며, 정치, 경제, 산업, 과학기술 등 다층적 차원에서 상호 보완적 파트너십을 형성해왔다.

원자력은 정치적 측면에서도 동맹의 새로운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비확산 원칙을 공유하는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내에서 원자력 협력을 통해 중국·러시아 주도의 시장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특히 최근 G7과 IAEA의 공동 성명이 보여주듯, 탈탄소 시대의 전략 자산으로서 원자력은 서방 국가 간 신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원자력 수출은 플랜트 건설을 넘어 적어도 100년에 걸쳐 운영·연료공급·정비·기술지원 등 고부가가치 산업 연계를 가능케 한다. 미국의 민간 원자력 기술과 자본, 한국의 설계·건설·운영 역량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 제3국 시장에서 최적의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도, 반대로 생각하면 한-미 컨소시엄 모델이, 유럽 시장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산업 측면에서도 한국 원자력 기업들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Nuclear Fuel Security Act, IRA 등)에 적극 편입되고 있으며, 우라늄 조달, SMR 공동개발, 해양원전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의 실질적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건설 중인 NuScale, X-energy, TerraPower 등의 SMR 프로젝트에 굴지의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과학기술 측면에서도 협력은 필수적이다. MIT,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등과의 협업은 단순 연구를 넘어 국제 표준 및 코드를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안전기술을 검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원자로(MSR), 고온가스로(HTGR) 역시 미국의 인프라와 협력이 없다면 실증과 상용화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원자력은 단순한 발전 기술을 넘어서 산업 주권, 기술 자립, 동맹 신뢰, 국제 위상이 모두 응축된 분야다.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은 이러한 원자력의 국가 전략적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해외 고객사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개발자, 산업 종사자, 청년 인재들에게도 희망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변동성과 혼선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원자력은 결코 정권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국가적 핵심 기반산업이다.

김성중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sungj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