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 국내 확산 시 원화 가치 10% 절하”…韓경제 위협 경고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이 1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석 한경협 책임연구위원,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강태수 카이스트 초빙교수,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이 1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석 한경협 책임연구위원, 정철 한경협 CRO 겸 한경연 원장, 강태수 카이스트 초빙교수,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한국경제인협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수요가 급증할 경우 원화 가치가 최대 10% 하락하고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디지털 자산 질서 변화에 대한 국내 무대응이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실증적 경고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디지털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디지털자산 질서 재편 속 한국 경제에 미칠 구조적 충격과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원·달러 환율 결정 메커니즘이 구조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국내 통화 수요는 감소하고 외화 수요가 급증해 환율이 치솟고 금융시장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제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40만 개 이상 급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10% 상승하고, 코스피가 10% 하락하는 등 외환보유액 감소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면 전 세계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한국 외환보유액이 감소해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외국인 투자 감소 및 자본 유출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KOSPI)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실증 분석은 202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년간 월간 시계열 데이터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한국 외화보유액, 한·미 금리차,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를 바탕으로 도출됐다.

그는 또 “원화 결제 비중이 줄고 외화 수요가 늘면 한국은행의 통화량 조절 및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약화한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빠른 자본 이동성과 탈중앙화 특성은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을 촉진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데이터의 한계와 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주의점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시계열 자료는 아직 제한적이고, 특히 국내 거래소별 세분화된 통계가 부족하다”며 “트럼프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시행 이후 경제 주체의 기대가 변화하면서 과거 데이터 기반 분석이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와 통화체계 방어 전략 추진이 과제로 꼽혔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은 기술, 정책, 신뢰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면서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신뢰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통제 구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 역시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표적으로 거래소에 부과된 '1사 1은행제' 폐지, 법인 디지털자산 보유 허용,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 포용적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